한 해를 봄·여름·가을·겨울로 구분한 한 시기(철)를 4계절이라 부른다. 그중에 3~5월을 가리켜서 봄이라 하고, 음력으로는 입춘에서 입하 전까지의 동안을 말한다. 사람들이 모두가 한결  같이 봄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까닭은 봄은 기다림의 시작이요, 특히 모든 생물이 소생을 작동하며, 희망과 부활의 출발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말 우리의 매스컴을 달구었던 고려 말·조선 초의 대학자 삼봉 전도전의 「삼봉집」에 보면,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이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봄의 수장(收藏)"이라 했다.  시인 워드워즈도 "봄에 산야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악과 선에 대하여 어떠한 현인(賢人)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래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숙명적인 기원이요, 동경인 것이며 꿈을 실현시키려는 간절한 의지이다. 봄은 문학인들에게는 많은 시상(詩想)을 떠 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수필가 피천득의 '봄'에 보면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하면서 새로운 탄생을 알려준다. 봄이란 말의 어감부터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머금은 말이 상징된다. 봄아지랑이, 봄비, 봄나물, 봄바람, 봄나들이, 봄처녀, 봄맞이 등 <봄>이 붙는 말엔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을 느끼게 되어 기분이 상쾌하다. 그래서 봄을 기다리는 애잔한 마음이 사랑으로 승화된다. 그런 까닭에 봄의 느낌만은 자연이나 인생 같을 것이다. 중국의 시인 왕개보의 '춘풍'에, "봄바람에 버들 빛은 / 푸른 비단 같은데 / 태양은 복숭아나무에서 익는다. / 따스한 연못물도 향기로운데 / 동그라미 그리며 / 물속으로 들어가는 물고기의 첨벙 소리에 / 산천의 적막이 깨어진다"했다.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 봄의 감각을 감지한 자들에게는 봄이 남기고 간 많은 잔상들 앞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는 인정(仁情)이 앞선다. 이처럼 봄이 던져주는 많은 교훈들 앞에서 메마른 인간의 냄새가 따스해지길 또한 바라기 때문이다. 봄은 기다림 속에 흩어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늘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을 꼭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언 땅에서 솟는 자생(自生)의 계절이다.손 경 호교육행정학 박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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