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말씀 가운데 "악인들은 꾸기만 하고 갚지 않으나, 착한 사람은 동정하고 후하게 베푼다"고 했다. 빚진 돈은 죽은 뒤에 후손에게 갚을 길도 있지만,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은 은인이 살아 계실 때 은혜를 갚지 못하면 상심하는 것이라 한다. 은혜는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을 가리킨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은혜가 있다면 부모님과 스승님에 대한 은혜일 것이고, 개인의 형편에 따라 가지 수도 참 많을 것이다. 모두가 생전에 갚지 못하면 큰 후회가 되고 죽을 때까지 가슴에 덩어리로 남게 된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은혜는 효도로 갚아야 하고, 갚지 못하고 지내면 불효자로 낙인 찍혀 인간으로써 아무런 대접도 받지 못한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일본속담에 "은혜 갚음은 출세의 모습이지만, 은혜 모름은 구걸의 신세의 모습"이라 전한다. 기독교 신앙을 전수 받고 있는 영국인들의 가슴에는 "가난한 자에게 은혜를 베푼 자는 반드시 신(神)으로부터 그 보답을 받는다"는 진리를 간절히 믿고 있다. 나무는 큰 나무의 덕을 못 보아도 사람은 큰 사람의 덕을 본다는 말씀으로 중국속담에 "수양산 그늘이 광동 80리까지 비친다"라는 말을 믿고 산다. 전설에 따르면 은혜는 꼭 사람만이 하는 행동이 아니고, 짐승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은혜를 모르면 짐승보다 못하다는 평이 흔하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사람은 구하면 앙분을 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한다" 이 말의 풀이는 사람은 흔히 은혜를 잊는 일이 많으므로 그런 사람은 짐승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은혜는 선인(善人)에게는 빌려 준 것이고, 악인에게는 베풀어 준 것이라 한다. 중국 고사에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4자 성어가 있다.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은 뒤에도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보답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은혜는 정의의 지주(支柱)라는 말을 격언으로 삼는다. 어쨌든 은혜는 "머리털을 베어 신발을 한다"는 말에 깊이 유념하여 평생의 빚으로 알고 반드시 갚아야 할 덕목이다.손 경 호논설위원·교육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