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떠돌이 유목민 시대에서 농경문화로 전환되자 한 곳에 터전을 잡고 씨족사회로 정착하게 되었다. 한 동네가 이웃이 되어 서로 도우며 협동하면서 살아왔다. 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마을이나 부락단위로 둔 조직인 '두렛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품앗이'라는 풍습으로 아름답고, 인정 많은 마을정신을 계승 해왔다. '품앗이 '란 말은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품을 지고, 갚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며, '품'은 힘든 일을 하는 데 노동 값으로 치르는 비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가난해서 일 값을 돈으로 갚질 못하고 서로서로 노동으로써 주고받는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형성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상의 어느 민족보다 인정이 많은 국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남을 좋게 여기고,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인정(人情)인데 우리 고유의 생활관습으로 여겨진다. 사람과 사람이 오래 접하면 금전관계나 이해 문제로 설명할 수 없는 인정이라는 것이 생긴다. 인간관계가 믿음직스럽다는 것은 언제나 인정이라는 향기롭고도 고운 다홍실로 짜여진 비단과도 같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정이란 결코 컵 속에 든 한 모급의 물처럼 누구에게나 쓰고 나면 비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샘처럼 푸면 풀수록 더욱 풍부해지는 것이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남이 어려움이나 곤란을 당했을 때 그리고 희망을 잃고 절망할 때 그 사람에게 인정을 베풀고 도움을 준다면 대단한 힘과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서양속담에 "곤궁에 처한 자를 도와주는 손이, 남을 위하여 기도하는 입보다 더 성스럽다"는 말이 있다. 우리 속담에도 "발 벗고 나선다"는 말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껏 도와줌을 뜻한다. 노약자에게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나이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외로워지기 때문에 도움을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 물질도 중요하지만 정신인 인정을 그리워하는 까닭도 다 그런 이유이다. 사람들에게 정신적 원조를 주는 위인이야말로 인류 최대의 은인이라고 하지 않은가 물질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사의 말로가 비참하다고 여기는 것도 인간의 온정이 말라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베푸는 선행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농사철에 허리 끈 바로 매기 바쁜 시간이지만 이웃 간에 힘을 나누고 인정을 나누는 풍습은 우리나라만이 자랑하는 인정문화이다. 도움은 언제나 필요할 때 가치를 느낀다.손경호 논설위원·교육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