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시는 시집 '청록집(靑鹿集)'·'산도화(山桃花)'를 중심으로 한 초기 시, '난·기타(蘭·其他)'·'청담(晴曇)'을 중심으로 하는 중기 시, '경상도(慶尙道) 가랑잎'·'사력질(砂礫質)'·'무순(無順)'의 후기 시로 나누어진다. 박목월의 초기 시는 '청록집'과 '산도화'에 수록된 자연과 향토적 서정을 소재로 한 시들을 말한다. 그 중에서 널리 알려진 시들은 '윤사월'·'청노루'·'나그네'·'산도화'·'산이 날 에워싸고'· '달'·'춘일(春日)' 등이다.  松花 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    딴 집 / 눈 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이고 / 엿듣고 있다. ('윤사월' 전체) '윤사월(閏四月)'은 '청노루'·'나그네'와 더불어 박목월 시 중에서 가장 애송되는 시로 알려져 있다. 작자가 밝힌 것처럼 "애절한 윤사월의 계절감과 그것과 조화되지 않은 또 하나의 심성, 어둡고 괴로운 고적감이 꿈꾸는 서러운 동경 등, 여러 가지 착종된 심정으로 '윤사월'을 노래한" 것일 수도 있다. '윤사월'은 배경만 있을 뿐,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내용은 아무 것도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는 외로운 산지기의 이야기, 눈이 멀게 된 눈 먼 소녀의 긴긴 내력의 이야기, 그리고 항상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 애틋한 사연, 꾀꼬리와 송화 가루 날리는 산새와 자연과의 대화 등등의 이야기가 장편소설 한 권을 쓰고도 남을 긴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 민중들이 가지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외딴 봉우리', '꾀꼬리', '외딴집', '눈 먼 처녀' 들의 시구는 모두 고적한 풍경들이다. 이 외로움 속에서 자연세계의 소리와 풍경들은 시속에서 민요의 가락과 어울려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눈 먼 처녀는 주변의 정경을 보지는 못하나 날카로운 감각과 마음의 눈으로 자연 속에 잠재되어 있는 신비로운 원형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다시 재생시킨다. 이와 같은 원형적 고향에 대한 추구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민족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박목월의 시는 가장 압축적인 시 형식 속에 무한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전통적인 우리의 전통적 율조로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가지는 특이한 시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의 시들 중에서 '윤사월'·'나그네'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다. 江나루 건너서 / 밀밭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 / 南道三百里 // 술 익는 마을바다 /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나그네' 전문) 박목월은 인생의 심원한 곳을 탐구하고 달관의 경지를 시로 승화시켜 독자들을 그의 시 세계로 끌어들인다. '나그네'는 동양적인 달관의 경지를 전통적 운율에 의해서 예술적 가치를 거둔 대표적인 작품이다. 목월은 시의 창작 이유를 종래의 시인들과는 다르게 생각한다. 일제치하의 강압과 해방 직후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민중들의 가슴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민요의 가락이 바탕이 된 선명한 이미지의 미적 구축이라는 점을 그는 깊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해서 목월의 시는 항시 우리 민중들과 가까운 자리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시적 생명력을 지속하고 있다.장윤익 동리목월문학관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