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지죄는 '먹다가 남은 복숭아를 준 죄'라는 의미이다, 이 말은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에서 전해오는 말이다. 한비의 <세난(說難)>편에서 전해오고 있다. 옛날 위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인물이 준수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위나라 영공(靈公)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영공은 위나라 군주 양공의 천첩이 낳은 아들로 왕비가 아들이 없어서 양공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하여 42년간 위나라를 다스린 군주이다. 공자가 위나라 영공을 무도했다고 말하자 강자(季康子)는 "그러한 데도 어찌 자리를 잃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으니 이에 공자는 "중숙어가 외교를 맡고, 축타가 종묘를 맡았으며, 왕손가가 군사를 맡아 다스리니 어찌 그 자리를 잃겠습니까?" 라 답했다. 현명한 신하들이 맡은바 일을 잘 처리하면 임금이 바보 같고 무도해도 자리가 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나라의 국법에는 군주의 수례를 몰래 훔쳐 타는 자는 발뒤꿈치가 잘리는 형벌인 월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미자하는 어느 날 모친이 병이 났다는 소식을 이웃 사람이 그를 찾아와 은밀히 알려 주었다. 모친이 와석에 계신다는 소식에 놀란 미자하는 군주의 명령을 사칭하여 군주의 수례를 타고 궁궐을 나가 다녀왔다.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군주는 미자하를 벌주지 아니하고, "효자로다. 어머니를 걱정한 나머지 발이 잘리는 형벌을 잊었구나" 하면서 오히려 칭찬하였다. 그 후에 마자하는 군주와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 복숭아를 먹었는데 맛이 매우 달아 다 먹지 아니하고 남겨서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미자하가 나를 진정 사랑하는구나. 그 맛있는 복숭아를 다 먹지도 않고 과인에게 주다니" 하며 기뻐하였다. 세월이 여류하여 미자하의 아름다운 모습이 쇠하게 되자 왕의 총애도 차츰 변해 갔다. 미자하가 한 때 사소한 실수를 했는데 왕은 전과 다르게 꾸짖었다.   "이 놈은 본래 성품이 좋지 못한 놈이야.  예전에는 과인의 수례를 몰래 훔쳐 타기도 하고, 나에게 먹던 복숭아를 먹으라고 한 적도 있다."  미자하의 행동은 항상 변함이 없었으나 전에는 칭찬을 받고 후에는 벌을 받은 까닭은 사랑이 변하여 미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군주가 사랑할 때는 친근함이 더해지지만 군주가 미워할 때는 죄가 더해지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有愛於主 則知當而加親 見憎於主 則罪當而加疏). 한비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군주의 심리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간언과 설득을 하라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정서적 지배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기분 여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거나 사람을 차별하여 대해서는 아니 되겠으나, 개인의 정서는 마음을 지배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파악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한비는 군주를 설득할 때 군주의 역린(逆鱗)을 건드려서는 아니 된다고 충고한다. 역린은 용의 턱 밑에 거꾸로 솟아있는 비늘이다. 이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노하여 반드시 죽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이라는 동물도 사랑해주고 부드럽게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용이라는 동물이 실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하는 정도에 따라 이용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구태여 무모하게 역린을 건드려서 죽음을 자초할 필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역린이라는 것은 군주를 분노케 하는 약점 또는 노여움을 가리키는 말이며, 군주의 독점물은 아니다. 사람마다 역린이 없을 수는 없기에 업무처리에서도 성공적인 비결은 여도지죄의 억울함이 되지 않도록 상대의 역린을 읽어내는 것이 먼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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