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고, 배역, 배반, 변절과 비슷한 말이다.배신에서 중요한 것은 믿음이고 의리이다. 믿음과 의리는 인간관계에서 나타난 가치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부터 믿음을 중시하면서 오륜과 화랑오계에 붕우유신, 교우이신이란 말로 강조해 왔다.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옳은 일 혹은 신의를 지켜야 할 교재상의 도리이다. 도리는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이며, 마땅히 해야 한다는 의무적 강조의 행동을 함의하고 있다.  인간이 행하여야 할 기본적인 도리라면 자식으로서 부모를 위해 마땅히 행하여야 할 위자지도와 부부로서의 마땅히 행하여야 할 부부지도,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부모지도를 들 수 있다.이들 도리는 가정을 지탱하는 헌법적 의미를 지니는 가정의 중요한 내적도리이다. 친구 간에 서로 지켜야 믿음이나 도리, 정치적 이념을 함께하는 정치집단의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믿음이나 의리 등은 가정 외적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신념적 행동이다.이 믿음과 의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치를 갖는다. 그렇지만 이 기댓값을 저버릴 때는 균열과 해체의 위험적 보험가를 지불하기 쉽다. 그래서 국민을 대표해서 대의정치의 임무를 지닌 입장에서는 신의를 지키는 모범적 시연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대통령이 국회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는 말씀이 정치인들의  믿음과 의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였음을 시사(示唆)하는 것 같다.정치인들의 배신에 관한 심판은 민주국가에서는 오직 국민들에게 맡겨진 권력이라고 일깨워주는 가하면 또한 궁극적 책임의 소재를 밝혀 주고 있다.국민을 배신하기 위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만 정치적 행위가 유권자를 배신하는 경우라면 엄중한 심판을 마땅히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기 쉽다. 배신자는 사람을 믿을 수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그것은 자신의 배신 경험에서 비롯한 스스로 불신불안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자 니체는 "세상에 모든 것은 다 해도 배신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던 같다. 배신에 관한 정치적 대사건은 아마도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토사구팽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오나라와 월나라가 전쟁을 일으켜서 월나라가 승리를 하였다.  그 승리를 가져온 일등 공신은 범려와 문종이었다. 전쟁이 끝나게 되면 통상적으로 논공행상을 하여 유공자를 표창하는데, 월나라 왕 구천도 범려와 문종에게 큰 벼슬을 내렸다.그러나 범려는 친구인 문종에게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은 감추어지고,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兎死狗烹)"라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떠났던 것이다. 범려는 자기에게 내려진 벼슬을 마다하고 미간에 닥칠 배신의 불안을 예견하고 떠났던 것이며, 또한 친구인 문종의 안위가 염려되어 피신할 것을 충고했지만 문종은 주저하다가 월나라를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문종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아 자결하고 말았던 것이다.토사구팽은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이용가치가 끝나면 폐기처분 한다는 배신이 포함된 말이다.또한 토사구팽은 자신이 목적한 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를 이용하는 야비한 행동유형이다. 야비한 행동은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배신이 뿌린 씨앗은 결국 인간관계의 고독을 면할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은 믿음과 의리의 정치를 바라는 것이다.김 영 호사)경주사회연구소장·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