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동고동락… 소산 박대성 화백경주 엑스포 솔거미술관서 오늘부터 화업 50주년 특별전 9월25일까지 작품 82점 전시 경주 남산 '소나무 숲' 담은 대작 '솔거의 노래' 압도적 먹에 전통한국화 감각 더해 동양 정신 철학적 의미 담아"세상의 모든 색깔을 합쳐 풀어보면 검은 먹색으로 돌아갑니다. 눈을 감으면 우리 모두가 캄캄한 먹으로 돌아가 듯, 한 생을 살 때 반은 먹색에 잠겨 사는 이치가 담겨 있지요." 먹은 물질이 아닌 동양 정신의 태동이라고 이야기 하는 소산(小山) 박대성(71) 화백. 소산의 화업(畵業) 50주년을 기념하는 '솔거묵향(率居墨香) - 먹 향기와 더불어 살다' 특별기념전을 앞둔 지난 18일 경주솔거미술관을 찾았다.  솔거미술관에 들어서니 '신라 천년의 잠을 깨우러 왔다'는 그의 소신대로 미술관은 경주 신라 천년의 담대한 얼이 담아낸 전통 한국화의 깊이 있는 화폭과 먹 내음이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들고 있었다. 소산 박대성 화백을 만나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수묵세계를 들여다보았다.  박 화백에게 화업50년 특별전을 열게 된 소감을 물었더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덧 화업 50주년이 되었고 화필은 60여 년이 넘었다. 돌이켜 보면 참 장고한 세월이라지만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가는 것 같다"며 "헛되이 되지 않고 화가로써 사회에 자그마한 울림이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소나무의 사실적인 묘사와 대담한 구도, 먹의 농담과 속도감 있는 필력으로 소산의 수묵 정신이 절정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주 남산의 거대한 소나무 숲을 화폭에 담은 대작 '솔거의 노래'를 비롯해 눈이 쌓이고 있는 설경의 풍모를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해 해석한 신작 '금강설경', 성철 스님의 법의를 표현한 '법의' 등 82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 화백은 전시 작품의 특징에 대해서 "소품(작은그림)에서 무한 대작이 나왔다"고 평했다. 지구 상에서 먹그림으로서는 가장 크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공력을 쏟아 완성도를 기울였다고 한다. 전시 주제를 '먹 향기와 더불어 살다'라고 정한 것은 먹 향기가 인간이 느끼고 감상하기 가장 좋은 내면의 덕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화백은 "향수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좋은 향은 먹향이다. 먹향은 냄새도 좋지만 그 내면의 흘러나오는 의미가 더 좋다. 물질의 향이 아닌 내·외면 정신세계의 향이기에 사람과 공유할수 있어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필묵((紙筆墨)으로 표현하는 수묵화에 대해서는 "먹 하나로 삼라만상 표현이 안되는 것이 없어 먹은 일묵다색, 일묵칠색"이라고 칭했다. 모든 색깔을 물에 풀어써보면 모두 먹색으로 돌아가며, 태초의 색이 먹색인 것은 태양의 밝음 뒤에는 먹색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우리는 눈을 감으면 먹색으로 돌아가고 뜨면 색으로 돌아가듯 먹은 물질이 아닌 동양 정신의 태동을 가진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화업50주년을 맞았지만 박 화백은 앞으로 더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바램이었다.  그는 "한 생애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생이 굉장한 의미 부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정신을 더 차려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신라의 잠을 깨우러 왔다는 약속처럼 경주시민 여러분들도 나의 작품활동과 솔거미술관에 대해서 눈여겨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세기 소산 예술의 총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솔거묵향 - 먹 향기와 더불어 살다'의 특별기념전 개막식은 오늘 오후 4시 경주엑스포공원 내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린다. 작품 전시는 오는 9월25일까지 계속된다. 장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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