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자인 전중환 교수(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신작 '본성이 답이다'를 펴냈다. 한국인 첫 진화심리학자로 통하는 전 교수는 전작 '오래된 연장통'(2010)에서 진화심리학을 통해 일상 속 소소한 마음의 문제를 탁월하게 짚어냈다. '본성이 답이다'에서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정치·사회적 환경에 집중한다. 진보와 보수의 극렬한 대립, 십대들의 탈선, '헬조선'으로 지칭되는 청년 실업과 골 깊은 경제적 불평등, 무상 보육·급식을 비롯한 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 권력자들의 '갑질',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 나열만 해도 숨 가쁜 문제들이 산더미다. 갑질의 심리학을 우선 보자. 오너 가족인 대형 항공사 전 부사장이 승무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파일을 집어 던지다. 백화점에서 모녀가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의 무릎을 꿇린다. 강자가 약자를 무자비하게 억압하고 착취하는 성향이 예외 없이 진화했으리라고 많은 사람이 믿는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은 갑이 을을 짓밟는 독재주의이며 인류의 오랜 진화 역사에서 극히 최근에 이르러서야 모두 다 평등한 민주주의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비로소 발명됐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말로 갑질은 인간의 본성일까?'라고 의문을 던진다. "강자는 약자를 거리낌 없이 지배하고, 약자를 강자를 군말 없이 따르게끔 우리의 마음이 진화했을까"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256쪽, 1만6500원, 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