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울산 동쪽 바다 52㎞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다. 울산 지역의 진도는 '강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건물이 크게 흔들려 사람들이 깜짝 놀라 대피했다. 이번 지진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거듭 일깨운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이번을 포함해 4차례나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규모 9.0 이상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으나 2011년 3월 그만한 규모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2만명 가량이 지진해일로 목숨을 잃었고, 후쿠시마 원전이 사고를 일으켜 지금껏 재앙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7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의 5개 측정지점 가운데 대기 중 방사선량이 가장 높은 오타구는 시간당 0.037마이크로시버트(μSv/h)다. 같은 시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제공한 최근 측정 자료를 보면 서울 서초구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0.137마이크로시버트 다. 서울이 도쿄의 3.7배다. 서울이 그만큼 위험할까? 그렇지는 않다.  서울의 자연 방사선량이 도쿄보다 훨씬 높을 뿐이다. 도쿄의 방사선량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으로 한때 크게 올랐을 때도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서울보다 낮았다. 우리는 방사선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걱정하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태평하다.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지라도 일본이라면 방사선 때문에 위험할 것이라 생각하고, 일본 식품은 어느 것도 먹어선 안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가 많다. 그러면서도 수 백만명이 사는 인구밀집지 근처에 그렇게 많이 지은 우리나라 핵발전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둔감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핵발전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원전은 안전하다'며, 큰 사고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설명 하고 있다. 그러나 그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절대 안전'이란 있을 수 없음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또 한 번 확인해줬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사고가 났고 우리나라는 그런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장담해선 안 된다. 삼국사기에 보면, 혜공왕 15년(779년) 3월에 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집이 무너져 이 정도 인명피해가 났다면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었을 것이다. 아직 우리 기술로는 지진을 예측할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도쿄에서 직선거리로 230㎞나 떨어진 곳에 지었으니, 송전 손실이 엄청나다. 그럼에도 소비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지은 이유는 만에 하나 사고를 우려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것조차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8기의 원자로가 있는 고리-신고리 원전은 반경 30㎞ 안에 340만명이 산다. 지역 주민들은 핵발전소를 베고 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큰 사고가 나면 30㎞ 밖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에 큰 피해를 줬지만, 피해가 이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 천운이다. 도쿄도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 될 뻔했다.  핵발전은 값싸고 친환경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다. 폐로 비용, 사용후 핵연료를 비롯한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뒤로 미뤄두고 있어서 지금 전력 생산비가 싸 보일 뿐이다. 이를 고려하면 핵발전은 경제적으로 썩 효율적이지도 않다. 수백년 넘게 불안을 씻어낼 수 없는 핵폐기물을 고려하면, 온실가스가 없으니 친환경이라는 주장도 우습다. 이번 지진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거듭 일깨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하다. 고리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했고, 신고리 원전은 규모 6.9의 지진에 대비해 설계했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내진 설계' 강화만으로 안전이 담보된다는 생각은 안이하다. 그런 발상이 얼마나 많은 사고와 재앙의 화근이었던가. 원전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밀집은 위험과 불안을 더더욱 키운다.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절차상 승인했다고 해서 다 끝난 일이 아니다. 안심을 주지 못하는 한 건설 반대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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