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공약이 김해공항 확장결론으로 사실상 무산(霧散)된지 20일만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공항과 K-2군공항 통합이전 발표는 기쁨에 앞서 어쩐지 입맛이 쓰다. 영남권 신공항의 무산은 영남권 허브공항을 열망했던 대구경북민에게는 정부에 속은 것 같은 허망감과 배신감을 주었다.아울러 당장 대구공항의 여객수용능력 한계를 해결할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겼다. 그래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대구공항과 군(軍)공항의 통합이전의 절박함을 정부에 호소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지역의 당연한 요구를 냉정하게 외면하다가 대통령의 선물처럼 이전(移轉)을 깜짝 발표한 것이다. 지역의 민원(民願)이 풀렸으니까 당연히 기뻐해야겠지만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는 것은 대구공항이전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이전사업의 미래에 대한 신뢰 등이 아직도 개운찮은 여운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신공항 같은 국책사업은 정치적 고려없이 엄정하고 객관적 심사를 통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경제성이 높은 곳을 투명하게 선정하면 일부의 반발이 있다 해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구경북민들도 밀양이 되든 가덕도가 되든 원칙에 충실하면 승복(承服)할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합의를 깬 부산을 제외한 4개 신공항 관련 광역지자체장들이 합의를 끝까지 지킨 이유였다. 정부가 이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대구경북민들이 이에 반발했고, 대구공항의 통합이전요구는 신공항 무산에 따른 지역민의 당연한 최소한의 자구적(自救的) 요청이었다. 어쨌든 이같은 자구적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지역민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신공항 선정과정에서 정식용역보고서도 접수하지 않은 채 정치적 고려를 감안했다는 결정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가 없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로 남아있다. 이렇게 순리적이지 못한 깜짝 이전 발표를 놓고 대부분의 수도권 언론들은 여러가지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신공항 무산에 따른 대구경북의 지지도 하락 만회를 위한 'TK 민심달래기다', '갈등국면의 유승민 의원에 대한 관계개선용 선물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새누리당 표밭지키기 차원의 시혜다', '경북 성주로 결정된 사드 배치지역 주민 반발무마용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TK지역을 대선을 겨냥한 선거 공학적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든지, 다른 지역이 기피하는 시설을 받아들이도록 '당근을 주었다'는 등의 일부 해석을 사실로 여기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전 결정을 했다면 그것이 설사 지역민에게 도움이 된다해도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인지, 과연 지역민들은 이를 웃으면서 받아들여도 될 것인지 의문이 들지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영남권 신공항을 반대해온 수도권 언론들 중에는 대구공항통합이전을 두고 거액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졸속결정했다면서 우회적 반대주장을 펴고 있다. 공항의 성격에 대해서도 대구공항이 이미 법적으로 거점공항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국내선 운항용으로 한정해야한다는 악의적 논지를 펴기도 하는 것을 보면 대구공항이전문제도 앞날이 만만찮을 것같다. 더우기 대구공항통합이전에는 13년이나 걸린다는 것이고 내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장소선정은 물론 사업집행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문제 등 이전문제가 확정되지않으면 확신할 수 없다. 이같은 불신은 원초적으로 정치권이 자초한 것이다. 대구경북민들은 사드 배치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대구공항이전이 영남권 신공항 무산처럼 정치권에 속지 않도록 눈을 부릅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