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사회(王朝社會)에서 백성과 노비는 '개'나 '돼지' 처럼 살아야 했다.하지만 왕(王)은 신분서열의 최고 윗자리에서 도덕이나 법을 넘어서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한다. 왕의 이러한 무한권력(無限權力)을 한마디로 '왕은 무치(無恥)'라 했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란 것이다. 왕이 이럴 진데 신분 서열(序列)이 그 이하의 고관대작과 양반들도 사실상 그 서열만큼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을 누렸던 것이다. 3대 세습왕조 북한을 보면 신분제(身分制)사회의 실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왕조사회라고 해서 선량하고 자애로운 왕이나 대신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가지나 개인의 품성(品性)에 속할 뿐 백성은 항상 개, 돼지 취급을 받을 수 있고 권력자의 폐악에 노출된 불안 속에 살 수 밖에 없다. 왠 뚱딴지 같은 신분제사회 타령이냐고? 아시아권 제1의 민주국가인 우리나라 국민이 설마 이같은 신분제사회의 도래를 걱정한다면 그건 기우(杞憂)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도층 엘리트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비리와 부패, 막말을 접하면서 신분제사회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신분제사회에 진입했고 신분제사회 특유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도한 폐악의 썩은 냄새가 풍기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은 과민한 탓일까? 특히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회관이 최근 언론인과의 모임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며 신분제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다 말썽을 일으킨 사례는 일과성 해프닝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찮아도 우리사회에는 '금수저','은수저'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있고, '계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서민들의 계층이동 포기정서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세태에 교육정책 최고책임자마저 의식이 이러하다면 우리사회는 과연 어떤 종류의 사회로 분류되어 질 수 있을까? 나 기획관의 안중에는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가 되어야한다는 국민적 기대가 없는 것이다. 이미 고교평준화정책이 사실상 사라진 것을 대부분의 학부형들은 알고 있다. 나향욱 막말과는 다른 사건이지만 신분제사회에 뿌리가 같이 닿아 있는 듯한 현상이 현직 검사장 진경준, 전직 검사장 홍만표의 범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 논란의 수준이지만 우병우 청와대민정수석의 미스테리한 처가 부동산 거래말썽도 서민들의 눈에는 신분의 위화감을 심각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 기획관은 우리사회도 신분제사회가 되어야한다고 말로만 했지만 이들 전현직 검사장과 청와대 실세가 얽혀 있는 혐의들은 신분제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동문 학맥에서 출세를 하면서 오랜 기간의 부정에도 인사검증을 맡은 선배 등의 제도적 심사 단계를 통과 승진하고 승진한 권력으로 수백, 수천억원대의 재물을 농단하는 짓은 왕조시대와 뭣이 다른가. 대기업 오너인 친구, 수만금을 가진 처가가 사건에 연결되어있고, 그렇게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정권력의 최고 실세에 오르는 이 나라 지도부가 도덕적으로 건강할 수 있을까? 홍만표 전 검사장의 경우, 거액상습도박꾼의 변론을 맡아서 현직 검찰의 전관예우를 받아 수십 수백억대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혐의는 진경준 사건의 경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최근 성주의 사드배치문제로 지역민들은 지방민이란 이유로 홀대받는 지방신분제사회와 같은 정서를 느끼고 있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정당한 절차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고려의 지방신분제사회와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각종의 유사 신분제사회의 악취가 가시지 않는다면 우리사회공동체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