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System이란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이 결합되어 기능하는 장치이며 체계를 의미한다. 어떤 장치가 원활히 구동되기 위해서는 특정 부품만으로는 될 수가 없고, 필요한 모든 부품들이 각기 제 기능을 수행해야 정상 작동이 가능해진다. 사람의 인체 역시 머리와 팔 다리 등, 사지가 고루 발달되어 있어야 균형잡힌 건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특정 부위만 발달하였거나 퇴화된 상태의 사람을 일컬어 장애인(障碍人) 혹은 기형(奇形)이라 한다. 사람이 만든 이 사회라는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예로부터의 사(士),농(農),공(工), 상(商)이 구분되고 분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문제는 이 '사농공상'을 분업체계로 보지 못하고, 사람의 신분을 구분하는 '계급체계'로 인식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근래에는, '사농공상' 보다는 부(富)가 사람의 신분을 가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신분이 '부'를 만들고, 그 '부'가 다시 사회적 신분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국가, 그리고 고학력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어 있다. 즉, 모두가 신분상승의 전재조건인 사(士)를 향한 열망이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이는 고급인력(?) 대중화 사회를 형성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사람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리고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그 공부의 내용을 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일생동안 본인이 직접 체득할 수 있는 지식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를 이어 축적되어온 경험과 지식을 배우는 것이 공부이며, 사람이 사람답도록 하는 지성(知性)을 일깨우고 전수하는 것이 바로 교육(敎育)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비를 쓰고, 사(士)가 가장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지성이 높다거나 지식수준이 높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아직 과학분야나 문학분야 등에서 노벨상 수상자 하나 배출하지 못했으며,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을만한 지성(至聖)도 부재한 상태가 아닌가? 뭐 크게 볼 것도 없이, 기업에서 사람을 한명 채용하려해도 쓸 만한 인재를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기업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즉, 고급인력이 고급인력답지 못하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고급인력을 찾기는 어렵고, 스스로 고급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고급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리고 또 우리가 사는 이 사회라는 시스템은 고급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기능의 인력들이 요구된다. 따라서 모두가 학(學)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고급사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사(士)가 지나치게 많은 기형적인 사회는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단 한 개의 세포가 여러 개의 줄기세포로 분열되고, 그 줄기세포들이 분화하면서 우리 몸의 각 기관을 만들어 하나의 완성된 인체 시스템이 되듯이, 우리사회의 줄기세포에 해당하는 어린아이들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사회시스템의 어떤 조직으로 분화될지 타고나는 것은 아닌지?  가장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적성과 소질을 쫓아가면서 자기 분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행복이자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첩경이 아닌지….  직업의 귀천을 애 쓰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화이트칼라는 행복하고, 불루칼라는 상대적으로 불행할 것이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인간의 행(幸), 불행(不幸)은 그 자신의 타고난 환경과 성품에 기인할 수는 있어도 그의 직업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사람은 일을 하면서 사는 동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즐거운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며, 자신이 하는 일이 즐겁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직업은 단지 분담된 역할일 뿐, 사회적 신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한 신분은 오직 그 사람의 지성과 인격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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