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제1의 조선강국을 주도했던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세계 굴지의 대한민국 5대 조선사들이 적게는 몇 천억에서 조 단위의 만성 적자에 허덕이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이 모습을 보면 세계 경제의 불황과 조선업 경기의 침체에서 오는 현상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한 변명으로 보이고, 무엇인가 기업의 근본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란 항상 그래 왔듯이 언제나 오르막과 내리막은 있어 오지 않았는가? 근래에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는 STX조선의 비리와 부실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연일 터져 나오는 대우조선해양의 비리와 천문학적인 장부 조작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런 비리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는 그러한 오류와 비리를 감시 감독해야 하는 국가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비리 기업으로 전락한 기업에 속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어온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에만 그치겠는가 라는 생각은 나만의 우문일까?.  필자는 30여년을 국내 연안에서 3500t급(적재량.D/W) 유조선 2척을 가지고 그동안 국내연안 해상유류를 수송해 온 사업자다. 해양수산부에서는 2013년도에 노후 선박으로 인한 해양사고의 안전과 국내 중소 조선업의 활성화를 위해 노후선 교체 등의 '연안 선박 현대화 2차 보전사업'으로 정부가 선박 신조 금액의 80%를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과 함께 차입금의 2.5% 이자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이 계획에 의거 2016년도 사업자로 선정되어 3500t급 유조선 발주를 하기 위해 이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5곳의 중소 조선소에 견적을 의뢰 했으나 하나같이 어렵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유는 조선소 측이 발주자인 선주에게 징구해야 할 선수금 환급 보증서(RG: Refund Guarantee)발급을 은행 또는 보험사로부터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선박을 신조할 때 선주는 이 선박 건조에 따라 선수금을 지급하므로 이후 이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선주는 조선소 측에 은행이나 보험사에 RG보험을 요구한다. 그래서 선주가 조선소로부터 선박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을 대신 받는 제도다.  그런데 현재 중소 조선소에는 선수금 환급보증서(RG)발급을 아예 해주지 않는 상태다. 다시 말하면 조선소, 해운업 등과 같은 기업에는 중앙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공문이 하달된 것은 작년부터 이미 있어 온 일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에는 중소 조선소의 열악한 자본력이 그 원인일 수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3500t급 1척에 100억 원이 소요되는 선박수주를 인력은 놀고 있고 기술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필요한 RG 보험을 받을 수 없어 선박수주를 할 수 없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중소 조선소의 줄도산은 뻔하다.  어떤 이들은 RG가 가능한 중견 조선소에서 수주를 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견 조선소라고해서 RG를 다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또 다른 문제라 하더라도 한진 중공업 등과 같은 중견 조선소로 분류되는 조선소에서는 일정 t수 이하의 선박은 소형선박으로 취급해서 (예를 들면 총 적재톤수 15,000t 이하) 수주 자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외적으로 현재 조선업체들이 불황을 격고 있다고 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RG를 받지 못해 인력과 기술력이 있어도 수주를 받지 못해 중소 조선업이 도산하고 이와 관련하여 선박의 건조가 어려워 연안 해양 유류수송업을 포기해야 하는 중소기업이 우리 회사에 국한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기형적인 사회 금융제도를 보고도 정부는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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