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했을 때, 불타는 애국심(愛國心)과 위민정신(爲民精神)으로 하나 뿐인 목숨을 던져 외적을 물리친 이순신(李舜臣) 장군은 만대에 걸쳐 칭송받아야 할 우리 민족의 위대한 '영웅(英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이순신 장군마저도 휘하에 죽음을 불사하고 싸워준 우리 '병사(兵士)'들이 없었으면 영웅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6·25 동란 이후, 한국경제의 기적(奇蹟) 역시 세계 최 장시간의 고된 노동(勞動)을 잘도 참고 견뎌 준 한국의 '근로자(勞動者)'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이 기적은 '특정정치인(特定政治人)'들의 영웅적인 치적(治績)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공(功)이 누구의 것이든 간에, 지금 우리는 그간의 '피땀'으로 겨우 이루어 놓은 그 기적 같은 성과(成果)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어렵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좀 늦은감은 있지만 드디어 정부에서도 위기(危機)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상황이 크게 좋지 않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된 것 같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이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또 다른 난세(亂世)의 영웅(英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흔히 말하는 글로벌 경제상황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데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값싼 노동력(勞動力)이나 절대권력(絶對權力), 통제경제(統制經濟)로 기적을 만들기는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일부 사람들은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과거 회기적(回期的)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누가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의 기득권(旣得權)을 쥐고 있는 완고한 보수층(保守層)들로부터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유는 그들은 이미 너무 큰 기득권의 견고한 담을 쌓아놓고 있어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미신(迷信)을 신봉(信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높고 견고하게만 보이는 그 담장을 넘거나 무너뜨릴 준비도 용기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차라리 그 담장에 기대어 사는 편이 옳다고 생각해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로 우려하는 것은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거나 무슨 지표(指標)가 낮다는 것만이 아니다. 지금은 난세임에도 불구하고 이 난세를 헤쳐나가 줄 어떤 영웅의 출현(出現)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절망감을 가지게 만든다. 이제 과거와 같이 탱크를 몰고 한강다리를 넘는 등의 물리적혁명(物理的革命)은 있어서도 아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생각을 바꾸는 소프트혁명(정신혁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이며, 우리 모두가 이 난세의 영웅이 되어야 또 다른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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