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3일전 경주를 '진앙지'로 발생한 강진이 추석연휴가 지나고도 4백회가 넘는 여진 끝에 진도 4.5의 지진으로 재발하는 바람에 대구·경북등 영남권 주민들은 명절의 기쁨보다 '지진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등의 날라 가는 얘기는 더 이상 듣고싶지도 않다. 당장 두번이나 겪었던 무서운 큰 지진이 또 일어날지, 그런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지, 계속 이 지역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어디론가 '이사'라도 가야할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지진불안증'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지진의 일반론적 설명이나 예측, 추상적 지진 '안전수칙' 보다 자신의 주거지와 일터가 구체적으로 안전지역인지, 아니라면 어디로 대피해야할지를 다급하게 알고 싶다. 신문과 TV를 보면 지진의 규모나 피해범위,주민들의 반응, 재난안전처나 기상청의 '늑장대응'이나 잘못된 예보의 비판,일반론적인 지진안전대피 요령만 온통 되풀이할 뿐 구체적 재난 지역의 구체적 '대피요령'은 없다. 특히 중앙언론들의 보도는 불안한 주민들이 당장 필요한 구체적 대피요령과 숙지사항 보다 외국이나 먼 지방의 재난방송 처럼 보도하고 있고 지방언론 또한 이같은 중앙언론과 유사한 보도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피해주민들을 이중으로 답답하게 했다. 영남권 지역민들에게는 당장 안전대피를 위해 필요한 구체적 정보를 알려주는 '언론'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진앙지인 경주와 같은 진도의 강진을 겪었는데도 중앙언론은 물론 현지의 지방언론 조차 구체적 조명을 않고 있는 것은 언론부재(言論不在)상황과 같은 느낌이다. 지진과 관련한 언론의 역할을 필요한 정보의 전달이라 할 수 있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1차적으로 지켜줘야할 역할을 가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진 앞에 보이지 않는 것은 더욱 문제다. 물론 정부의 지진재난 지역에 대한 대책지시, 지자체의 피해복구지원 건의, 국회의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에 대한 늑장경보 질책 등의 조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점검과 가동 중단 등의 조치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우리나라의 기상관측 이래 최대 강진이었고 계속되는 여진 속에 불안한 주민들이 갈피를 잡고 있지못하는 상황에서는 지극히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보이게 한다. 적어도 중앙정부는 지진피해우심지역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과 관련 중앙정부 부처산하 기관의 구체적 지진대응요령과 피해대책을 발표하고 적극적 지원에 나서야하는 것이다. 이번 경우 중앙의 이같은 구체적 방침과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지자체 또한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대응책을 전달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도 볼 수 없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낙동강 등 환경공해에 대해서는 그렇게 떠들썩하던 시민단체들도 이같이 엄청난 지진재난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만 하고 있을 뿐이다. 시민단체라면 이번 지진에서 피해주민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관계당국의 정책지원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 챙기고, 잘못되고 미진한 것이 있으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시민단체 스스로가 나서서 봉사해야할 몫이 있다면 시민들에게 호소해서 공동체의 협력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파트가 흔들릴 당시 그기에 있던 사람들이 TV보도의 대피요령대로 집밖으로 나왔을 때 주변 어디로 가야할지 망막했던 기억은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허겁지겁 찾은 주변 공터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은 길고 긴 공포의 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역할 재생이 원망스럽게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