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소설가는 경주를 한국 '사상(思想)'과 '예술(藝術)'의 발상지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 대다수는 경주를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그의 백형(伯兄) 범부(凡父) 김정설의 신인간주의(Neohumanism) 및 동방학 이론을 자신의 '제3휴머니즘'으로 받아들인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우리의 고유 신앙 샤머니즘과 신라의 화백제도, 화랑정신은 동학의 인내천과 동방사상의 기반이 된다. 동학 교주 최제우는 '용담유사'에서 서학(西學)을 경계하고, 동학의 발상지 경주를 높이 평가한다.   국호(國號)는 조선(朝鮮)이오 읍호(邑號) 는 경주로다.  성호는 월성이오 수명은 문수로다. 기자 때 왕도로서 일천년 아닐런가.  동도는 고국(故國)이오 한양은 신부(新府) 로다. 아동방(我東方) 생긴 후에 이런 왕도 또 있는가.  수세도 좋거니와 산기도 좋을시고 금오는 남 산이오 구미는 서산이라.  봉황대 높은 봉은 봉거대공 하여 있고 첨성대  높은 탑은 월성을 지켜 있네.  일천년 신라국은 소리를 지켜내네.' (용담가, '천도교 경전' 165쪽)  수운 최제우의 '용담가'는 경주를 "동도는 고국이오. 아동방 생긴 후에 이런 왕도 또 있는가"로 표현한다. 여기서의 경주는 고도의 의미만이 아닌 신라의 정신을 이어받은 생명력을 지닌 '아동방'으로 등장한다. 개벽이 다시 시작되는 우리 동방(한국)의 가장 중심지가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중심은 왕도로서의 중심보다 사상과 예술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지하 시인은 최제우의 사상을 핵심적인 생명원리가 기반이 된 '인간주의'로 해석한다. '김범부'는 이러한 인간주의를 민족정신의 정체성으로 살린 신인간주의 동방사상으로 정립한다. '김동리'는 자신의 제3휴머니즘을 정의하기 위해 휴머니즘의 시대적 흐름을 세 단계로 구분해 그 의미를 해석한다. 신화적 미신적 언변과 계율에 대한 인간성 회복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의 휴머니즘, 신본주의에 맞서 인간성 회복을 의미하는 르네상스시대의 휴머니즘, 과학(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성 회복을 의미하는 현대휴머니즘으로 구분한다. 그는 인간성 회복을 한국적인 것에서 찾으려고 한 것이다. 단군신화에서 시작된 우리의 고유 신앙이 '화백(和白)'과 '화랑정신(花郞精神)'으로 이어져온 한줄기 흐름에서 그는 우리 사상의 정체성을 정립한다.  김동리는 화랑, 화랑의 후예, 무녀, 신라의 학자, 승려, 음악인 등을 작품의 중심인물로 등장시킨다. 그는 범부(凡父) 김정설로부터 풍류도(風流徒)와 화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화랑정신이 스며있는 경주의 민간신앙과 자연에 경도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구경적인 생명을 추구하는 제3휴머니즘의 소설 '화랑의 후예', '무녀도', '황토기', '달', '을화', '만자동경', '유혼설', '삼국기', '대왕암' 등이 창작된다. 김동리는 동방사상이 바탕이 된 '화랑외사(花郞外史)'의 이야기를 제3휴머니즘의 소설 창작을 시도한다. 경주는 한국 시가(향가)의 발상지이며, 최초의 한국 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가 창작된 곳이다. '청록'의 시로 자연과 향토성을 새롭게 살린 박목월의 시와 김동리의 소설은 한국문학을 대변한다.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불국사, 석굴암, 남산의 마애석불의 석조각 예술과 최제우의 동학, 김정설의 동방사상은 경주의 긍지를 살리기에 충분하다. 우리들은 개벽의 다짐으로 한국사상과 예술의 고향인 경주를 이 시대에 맞는 동방사상(東方思想)의 정체성으로 새롭게 살려가야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