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대한민국 역사의 뿌리다. 1천년 신라의 왕도이면서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을 형성해 왔다. 무수하게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도 경주는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왔으며 국민들의 정신적 푯대가 됐다. 자부심이 있었고 늠름함이 있었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세상이 물질에 쏠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은 겪었지만 경주가 대한민국의 맏형 도시라는 인식은 무너지지 않았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을 떠올릴 때 경주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물론 서울과 부산, 제주를 거론하겠지만 경주를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런 경주가 위기를 겪고 있다.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에 당황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마치 경주가 지금까지 켜켜이 쌓아놓은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잃을 것처럼 과대공포가 팽배해 있다. 이 모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나친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다. 언론도 여기에 한 수 거들었다. 전쟁이나 비교적 익숙한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진은 그렇지 않다. 땅속 수십 킬로미터 아래에서 일어나는 지각운동에 대한 현대과학의 접근 방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므로 시민들과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대로 주저앉으면 끝이다. 숙박업을 하는 한 시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빽빽하게 밀렸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자랐던 점을 이 기회에 보충해 다시 안정을 찾고 여행자들이 경주를 찾을 때를 대비하겠다고 했다. 전화위복의 기회를 삼겠다는 것이다. 신라인다운 발상이다. 침착하고 대견한 마음가짐이다. 경주의 자긍심은 시민의 심리 저변에 존재한다. 그 자긍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재해는 언제나 오는 것이며 이를 이겨내는 꿋꿋함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경주시민답고, 신라인답다. 지금 시민들에게 부여된 사명감이다. 경주는 언제나 대한민국의 중심이며 뿌리라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 이상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