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은 쌍으로 안 오고, 화(禍)는 홀로 안 온다'는 말이 있다. 복을 받기는 어렵고 재화는 겹쳐서 닥친다는 말이다. 인간살이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다. 경주에 닥친 지진과 태풍은 지나치리만큼 가혹했다. 자연 앞에 사람은 얼마나 무력한가를 제대로 보여준 재화였다. 시민들은 이번 고난으로 더욱 단단해 지리라 믿는다. 화에 대한 경험이 있고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이뤄지리라 믿는다. 국민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혼비백산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첨예한 의혹과 문제를 따져야 할 국정감사를 피해가기 위해 청와대는 관련자의 사표를 절묘한 시기에 수리했다. 식견이 있는 국민들이라면 모두 다 알 수 있는 꼼수를 부려놓고도 청와대는 딴전을 피웠다. 청와대의 나팔수인 여당의 대표는 물타기의 한 방법인양 밥을 굶는 시늉을 했다. 일주일도 못버티고 죽을 떠먹을 것이면서도 '목숨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그는 별 해괴한 명분을 갖다대고 목숨을 바꿨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야당도 할 말은 없다. 국민들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허덕이고 있을 때 명분싸움으로 대치했다. 여당의 어물쩡한 항복을 받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여당과의 공생을 선택했다. 정치야 수시로 들끓는 죽솥과 같은 것이어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이런 인습을 되풀이 한다는 말인가. 대기업의 노조는 또 어떤가. 현대자동차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은 수조원에 이른다.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내리막길로 곤두박질 치는데 그들이 내세운 임금협상의 조건은 결국 '임금 인상'이다. 태풍으로 좌판이 휩쓸려간 영세 노점상들의 삶은 아득한데 그들은 1억원대의 연봉을 받고도 더 올려달라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고 아우성이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가. 과연 쌍으로 오는 재화가 끝나고 커다란 보따리를 든 복은 언제쯤 우리 곁을 찾아올 것인가. 착하게 살기만 하면 그 날이 올 것인가.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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