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기독교는 김동리 소설에서 선(禪)과 인간구원의 소재로 등장한다. 등신불(等身佛)·솔거·저승새·극락조' 등은 불교사상을 추구한 소설이고, '사반의 십자가·부활·목공 요셉·마리아 회태' 등은 기독교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등신불'은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불심을 주제로 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실화처럼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김동리 소설가는 만해 한용운 선사와 그의 형 김정설이 대화하는 자리에서 '소신공양'의 내용을 듣고 '등신불' 창작을 시도했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 소설은 탁월한 구상과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등신불'은 중국의 양자강 북쪽에 있는 정원사 금불각에 안치되어 있는 불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학병으로 끌려간 주인공은 군대에서 탈출하여 불교에 입문하고 정원사로 피신한다. 그는 그 사찰 '금불각'에 있는 신도 인간도 아닌 고뇌에 찬 등신불의 모습에서 경악과 충격을 받는다. 이 등신불에는 인간세상의 모든 번뇌와 신을 향한 불심이 서려있어서 주인공은 인간과 부처가 양립하는 진정성과 전율을 느낀다. 이 소설은 구경적인 생명 추구와 인간고뇌를 예술로 변용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동리의 장편소설 '사반의 십자가'는 한국문학의 수준을 20년 앞당겨 주었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걸출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성경을 중심으로 예수 당대의 사회적 상황과 예수의 전도과정을 빈틈없는 사건의 구성 및 유려한 묘사로 작품의 예술적 완벽이란 말까지 듣고 있다. 작자 김동리는 이 작품의 창작동기를 "일제의 질곡 속에서, 우리의 모든 고유한 것, 전통적인 것들이 다 그들의 쇠망치에 의하여 무너져 버리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긴 당시의 나의 전율과 고통이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동리는 예수 당시의 유대를 배경으로 '사반의 십자가'를 창작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하여 시대적 배경을 로마의 지배를 받던 유대로 취한 것이다. 독립을 위한 유대민족의 항거를 조선의 독립 항거로 연계한 것이다. '사반의 십자가'는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사반과 예수라는 대조적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로마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지상의 왕국을 성취하려는 혁명당(젤로트)의 두목 사반과 천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예수는 제자 마태의 다락방에서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의 대화는 너무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보여준다. "랍비여, 우리는 땅 위에 있나이다. 땅 위에 맺은 것을 땅 위에서 이루게 하 여 주소서" "사람이여, 들으라. 사람이 땅 위에 있음은 오직 하늘에 맺기 위함이니라. 사람 과 사람이 더불어 맺으면 사람과 함께 죽을 것이요, 사람과 땅이 더불어 맺으면 땅과 함께 또한 멸망할 것이니라. 진실로 내 그대에게 이르노니 사람의 귀중한 생명이 오직 하늘에 맺어짐으로써 하나님 아버지의 끝없는 삶과 영광을 누릴지니라" (김동리, '사반의 십자가') 로마로부터 유대의 독립을 바라는 사반의 지상적 세계관과 내세의 영광을 바라는 예수의 천상적 세계관의 대립은 사반과 예수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사반과 예수의 죽음은 독립국가 유대와 세계적 종교 기독교가 되어 '사반의 십자가'의 모티브가 꽃을 피우는 문학사적 의미로 부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