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직업은 기업 고위임원이고 가장 낮은 직업은 연극·뮤지컬 배우라는 기사가 며칠 전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 736개 직업의 재직자 2만4천288명을 조사해 내놓은 '2015 한국의 직업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별 연봉이 가장 많은 직업은 기업 고위임원으로 1억6천404만원에 달했다. 이어 항만·운하·강 등에서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도선사 1억3천310만원, 국회의원 1억2천127만원, 대학교 총장 및 학장 1억1천500만원, 안과의사 1억720만원, 내과의사 1억227만원 순이었다. 연봉이 가장 낮은 직업은 연극·뮤지컬 배우로 980만원에 불과했고 수녀 1천260만원, 가사도우미 1천404만원, 청소원 1천438만원 등도 소득이 낮았다. 재직자 초임 평균이 2천331만원인데 비한다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초임이 낮은 직업의 연극·뮤지컬 배우는 703만원, 스턴트맨 873만원, 영화배우·탤런트 922만원, 연극 연출가 923만원이었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의 공업도시 린츠는 지금 예술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로 성장했다. 린츠는 문화예술이 가지는 경쟁력을 일찌감치 알았고 예술가들을 보호 육성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펼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기업 고위임원의 연봉은 연극·뮤지컬 배우의 연봉보다 무려 17배가 높다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할까? 그들이 하는 일의 경중을 따지는 기준은 무엇인가. 시인이 시 한편을 쓰고 받는 원고료는 10만원 안팎이다. 소설가의 원고료는 원고지 1매당 3만원 정도다. 그나마 정상적인 원고료를 지불하는 매체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문화와 예술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없다는 얘기다.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기업보다 예술의 가치가 낮다는 얘기다. 살은 찌는데 머리와 가슴은 비어가는 세태를 적확하게 보여주는 예다. 배우들은 오늘도 무대 뒤 어두운 공간에서 라면을 끓인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