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功)이 과(過)를 덮기도 하지만, '과'가 '공'을 가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대 지도자들은 어떤 특정인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공과(功過)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경제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또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공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공'이 있으니 '과'를 덮어라 거나, 과가 있으니 공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일 이 세상이 그런 식이 되면, 죄를 짓고도 벌을 받을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이며 공을 세우고도 상(賞)을 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과는 과이고, 공은 공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공이 있으면 또 상을 받는 것이 당연할 뿐,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이 세상 어느 나라의 법이나 문화도, 죄와 벌, 공(功)과 상(賞)이라는 원칙을 비켜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이후 지금까지도 죄(罪)와 벌(罰), 공과 상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체,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 라는 기본적인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배가 고파 빵을 훔친 행위를 우리는 인륜범죄(人倫犯罪)라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영달(榮達)을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 죽이고 고문(拷問)한 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치부(致富)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준 악질 경제사범들도 인륜범죄자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벌은커녕, 버젓이 행세하며 유복(有福)한 천수(天壽)를 누리고 있다면, 그 피해자들에게 아무리 과거를 잊자고 해도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며, 부처님의 자비(慈悲), 주님의 사랑을 얘기해도 용서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어떤 악인(惡人)에게도 그를 도와 이득을 취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절대로 잊혀 질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득실(得失)을 체감하지 못한 사람도 다수이긴 하다. 그 악인으로 인해 득을 본 사람이나, 이해득실을 체감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보통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화합(和合)'과 대 '통합(統合)'을 위해 이제 그만 과거는 역사 속에 좀 묻어버리면 어떠냐고…. 그런데 문제는, 오염된 화학물질을 땅속에 묻어 버리면, 일시적으로 악취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토양이 오염되어 결국 땅을 버려야 하는 더 큰 화(禍)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과거사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며, 진작 역사의 오염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사회가 이토록 부패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가 누구이든 더 이상 공(功)으로 과(過)를 덮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지은 죄는 벌로 갑게 하고, 세운 공(功)은 상(賞)으로 주어야 할 것이다. 참회(懺悔)하여 사라지고, 회개(悔改)하여 없어 질 죄라면 뉘라서 벌을 두려워 할 것인가? '뿌린대로 거두리라' 라고 한 성경말씀이나, 지은 업(業)은 피할 곳이 없다고 한 불경말씀이 모두 만고의 진리인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을 말함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