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가족봉사단 이좌형씨는 지난 7일 이른 아침 북구자원봉사센터로 연락했다. 긴급한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이 소속해 있는 가족봉사단 회원들을 모았다. 이씨는 이날 회사 출근을 오후로 미루고 봉사단원들과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북구자원봉사센터는 이씨를 포함한 봉사단원들에게 북구 효문동 침수 피해 가옥을 연계했다. 단원 9명은 혼자 지내는 할머니의 물에 잠긴 집을 정비했다. 방안에는 물이 넘쳐 옷이 모두 젖었고 가재도구도 정상이 아니었다. 봉사단원들은 물에 젖은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씻어내고 가구를 모두 밖으로 들어냈다. 할머니는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려다 허리까지 다친 상황이었다. 이씨는 "집 안 모든 물건들이 물에 잠겼지만 할머니 혼자서 정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좀 더 빨리 와서 도와드려야 했는데 늦게 와서 미안합니다." 태풍 피해를 심하게 겪은 울산과 경주에는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몰렸다. 그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달려간다. 자원봉사의 효과는 봉사의 수혜자뿐만 아니라 제공자에게도 정서적 안정 및 심리·육체적 건강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볼런티어21'이 2008년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자원봉사활동 참여비율이 높을수록 타인 및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자원봉사활성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8년부터 '자원봉사활동 진흥을 위한 국가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추진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낮고, 타인 신뢰도와 정부 신뢰도 점수가 하위그룹에 머물고 있다. 이번 지진과 태풍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의 자원봉사 의식이 높아졌다. 위기와 고통이 따랐지만 또 다른 큰 효과 하나는 얻은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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