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민들은 원한다. 제발 오랜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 궁핍을 면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문화재법에 묶인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그로 인해 받고 있는 사유재산권 침해에서 해방되게 해달라고. 당장 상가가 활기를 띄고 늦은 밤에도 시민들이 시가지를 활보하면서 생기가 넘치는 도시 이미지를 갖게 해달라고. 여기에 마땅한 해답을 던지기는 어렵다. 천년 사직을 잘 지키고 가꿔 관광산업에 불을 붙이는 일을 하려면 시민들이 당면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 생산공장을 대거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곳곳에 공단을 개발한다면 다소 형편이 나아지겠지만 경주의 전통적 이미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것마저 여의롭지 않다. 경주를 방문한 사람들은 말한다. 경주의 매력은 현재의 모습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시가지 한가운데 솟아오른 고분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거대한 설치미술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조밀하게 형성된 원도심은 잘만 가꾼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자원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고 관광객들이 즐기기에는 어설픈 구석이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 때문일까.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보유하고 있는 자원은 충분하지만 그걸 콘텐츠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 경주는 왕경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언론은 왕경복원을 두고 '영화 세트장을 만드려고 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충분한 고증이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왕경을 복원하겠다는 것은 자칫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도심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경주의 관광산업은 백년하청일 수도 있다. 모든 자원이 현대화 과거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룰 때 빛이 난다. 중구난방 방치된 원도심에 대한 본격적인 재생이 필요하다. 길만 고치고 가로등만 바꿔 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속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넣어야 한다. 형식적인 분칠만으로는 속성이 바뀌지 않는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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