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에서는 신라미술대전과 신라문학상을 매년 실시한다. 이 두 공모전은 미술계와 문학계에서 상당부분 인정받는 공모전이다. 화가들이나 문인들은 이 공모전에서 당선되거나 입상한 것을 주요 이력으로 추가한다. 경주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알리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작 경주 안에서 미술과 문학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주의 미술계와 문학계는 형식뿐인 지원금을 가지고 협회를 운영하고 있고 전국적이거나 국제적인 행사에 참가할만한 스타 작가를 양산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자체의 지원으로 예술이 대번에 괄목한 성장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인적 자원이 필요하며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할만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경주는 오랜 역사를 두고 예술의 본향 역할을 했다. 영남권 예술의 본류를 자처했고 역사적으로도 우리 미술계와 문학계의 시원을 자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도시 규모가 위축되면서 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도 줄어들었다. 예술가들은 그저 지역의 예술계를 이끌어나가는 소극적인 위치에 만족했고 대한민국의 예술이라는 큰 줄기에 합류하는 것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화는 다양성에서 오지만 결국은 예술의 융성에서 비롯된다. 어떤 상황이었든 문화를 얘기할 때 보유하고 있는 예술적 자산이 어느 정도인가를 훔쳐보게 된다. 경주가 문화역사도시를 표방하면서 예술을 홀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여기에 예술가들의 책임도 있다. 더 큰 시각으로, 더 넓은 세계관으로 뻗어나가지 못한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경주를 기반으로 하는 대학도 문제다. 예술대학이 있으면서도 시대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경주의 예술세계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자체의 관심이 가장 큰 문제다. 문화융성을 한다면서 예술을 형식적으로만 지원한다면 답이 없다. 지역의 예술계 부흥을 위한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