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과 김동리는 고향 경주를 매우 사랑했다. 그러한 고향에 대한 애착이 경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창작하게 한 것이다. 박목월의 '청노루'·'나그네'·'윤사월'·'달' 등의 경주 배경 작품도 우리의 가슴을 울리게 하지만 불국사와 석굴암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도 경주의 이미지를 높여준 작품들이다. 그중 인상에 남는 작품이 '불국사'· '토함산'·'대불'·'청운교' 등이다.  흰달빛 / 자하문(紫霞門) // 달안개 / 물소리 // 대웅전 / 큰보살 // 바람소리 / 솔소리 // 범영루(泛影樓) / 뜬그림자 // 흐는히 / 젖는데 // 흰달빛 / 紫霞門 (박목월의 '불국사')   기진(氣盡)한 / 메아리가 / 산깃에서 도로 숨돌리듯 / 당신의 모습 // 말이 끊어진 곳에 / 오히려 향기로운 말씀의 / 여운(餘韻) // 당신의 도드라진 입술 언저리 / 장 엄한 / 기운 안에 / 기운을 눌리시고 / 너그러운 미소같은 // 줄기차고 뭉실하고 웃줄지는 것 / 그위에 / 조용한 미소같은 / 아아 당신의 승리 (박목월의 '대불')  시 '불국사'는 서술어의 사용을 절제하고, 명사와 관형어만으로 형상화한 시다. 열 네 개의 낱말로 쓴 짧은 시인데도 달안개가 낀 자하문, 대웅전, 큰보살, 범영루와 바람소리, 물소리가 신비로움으로 조화된 예술적 충격을 가져온다. 첫 머리와 마지막 행 '흰달빛 자하문'의 반복은 불국사의 모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시의 여운으로 남는다.  시 '대불'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에서 법열을 느끼게 하는 시다. "조용한 미소같은 / 아아 당신의 승리'는 바로 예술의 승리이며, 불법의 승리이다. 박목월의 시는 짧고 쉬운 언어의 형상화에서 무한한 이야기를 내포한다. 이 시는 부처의 미소에서 향기로운 말씀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말이 끊어진 말씀의 여운이다. 그러한 여운이 박목월 시의 매력이며 특성이다.  김동리는 유년기에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예기청소에 가서 굿을 보았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경주제일교회의 유년주일학교에 나가게 된다. 곧 이어 그는 캐나다 선교사 맹의화(孟義窩)가 경주제일교회의 부설 초등학교로 설립한 계남학교에 입학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교회에서 시행하는 어린이 연극에 동방박사 배역을 맡아 열심히 연기를 했다.  김동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교지 '봄비'에 발표한 작문 '돛대 없이 배탄 백의인(白衣人)' 이 문제가 되어 경주경찰서 고등계에 호출을 받았다. 그의 백형 김범부가 일본 경찰의 요시찰 인물이라 항상 미행을 받던 김동리는 경찰서에서 여러 가지 심문을 받았다. "누가 쓴거냐"는 물음에 "제가 썼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너 이거 백의인이란 말 어디서 나왔냐? 라는 물음에 초등학교 학생인 김동리는 좀 당황했다. 그 당시엔 백의인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초등학교 학생으로서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동리는 초등학생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대답을 했다. "며칠 전에 우리 형네 가게에서 신문을 보니까 거기 만화가 있었는데, 바다 속에 바위섬이 있고 바위 위에 흰 두루마기 입고 갓쓴 사람이 앉아 있고, 설명문을 보니 갈데없는 백의인이라고 씌어져 있었어요.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저도 그 말을 써 봤어요."라는 대답에 고등계 형사 주임은 앞으로 똑바른 길로 가라고 주의를 주고 그냥 나가라고 했다. 사실 김동리의 '돛대 없이 배탄 백의인'은 일제의 지배를 받는 우리 민족의 사정을 그 속에 담으려고 한 것이다.  경주제일교회 권사였던 어머니를 따라간 경주제일교회는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을화', '사반의 십자가', '부활'을 낳은 모태가 된 곳이다. 김동리와 경주제일교회는 끊어질 수 없는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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