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의 본령(本領)은 '잘못된 임용'을 안 하는 것이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교육 기회를 균등히 부여하며 승진도 순조롭게 운용하는 등 흔히 말하는 잘하는 인사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 인력'을 충원하거나 불공정·특혜 인사를 하는 등 이른 바 '잘못하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인사의 기본적 명제이다. 우선, '문제 인력'의 임용 방지는, 이미 기원전 3세기에 장자(莊子)가 해군지마(害群之馬) 즉 '무리를 해치는 말'을 잘 다스려 처리하는 것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라 했듯이, 인사관리의 근본이다. 또한 이는 미국에서도, 미합중국 수립을 위한 1787년 헌법 제정회의(Constitutional Convention) 당시부터 주된 관심이었다. 연방헌법 제정 시의 공직자 임용체계에 관한 논의는 정부에 최 양질의 인력(the best-qualified people)이 임용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임용의 오남용이나 부적절한 임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초점이 있었다. 왜냐하면, 잘된 임용으로 인한 국가적 이익 즉 정(正)의 효과보다 잘못된 임용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 즉 부(負)의 효과를 훨씬 더 크게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정신은 헌법 기초위원으로서 미 건국 아버지의 한 사람이자 제 3대 대통령 제퍼슨(T. Jefferson)의 어록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열 명의 천재가 이루어 놓은 공적을 단 한 명의 문제아가 다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에서도 숱한 선열이 쌓은 업적이 몇 안 되는 매국노에 의해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보약을 많이 섭취해도 한 알의 독약으로 생체가 파괴되는 것이고, 무수한 선행을 베풀다가도 한 번의 악행으로 인간관계는 끝이 나는 것이다. 주요 공직자의 임용 전에 인사 검증을 하는 것도 능력이나 전문성 보다는 도덕성이나 문제성 유무를 확인하는 데 그 주안점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잘못하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별 인사에 있어 소수에게 특혜가 가거나 기준이 부적절·불투명하게 설정·운용되는 등과 같은 불공정한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특혜 인사는 조직 세포 자체에 기억되고 소수에 대한 다수의 무기력을 야기하여 조직 생명 전체를 시들게 하는 '독소'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어떤 공조직의 관리 책임자로 갔을 때, 그 동안 있어 온 일부 특혜 인사에 대해 모르는 직원들이 없었으며, 구성원들의 인사 불만이 그 부분에 대해 제일 컸음을 확인한 바 있다. 불공정·특혜 인사는 이처럼 실제 인간 조직에 암세포처럼 자리 잡는 것이며 투명하지 못한 인사 또한 의구심과 냉소를 낳아 조직을 차갑고 병들게 하는 것이다. 근자에 성과연봉 문제로 시끄럽다. 본시 성과급 제도는 능률성 가치에 입각하여 무임 승차자(free riders)를 방지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것으로, 19세기 후반에 발생된 능률증진 운동(efficiency movement)을 이어받아 테일러(F. W. Taylor)가 체계화한 과학적 관리론(Taylor System)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공장 근로자의 요소 동작(elementary motion) 분석에서 출발하여 발전된 것이다. 성과주의 체제 하에서는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으며, 이 '성과의 측정'(measurement) 문제가 각국의 고민 사항이 된지 오래이다. 공공기관으로 갈수록 시장실패 영역이 많아지고 성과 측정도 더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실적이나 성과의 측정 기준은 공·사 부문에서 직종과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고 구체적 타당성이 있게 설정·운용되어야 한다. '저성과자'도 넓게 보면 '문제 인력'에 해당된다. 성과급 제도의 적용에 있어 교조적(敎條的)인 접근은 자칫 측정과 기준의 경직성으로 인한 불공정 급여로 이어져 오류에 의한 '저성과자'가 발생할 수 있고 문제인력 아닌 '문제인력'을 낳는 등 혼란을 초래할 수가 있다. 이 경우 또한 이중으로 '잘못하는 인사'가 되는 것이다. 한 번씩 점검해 보자! 내가 소속된 조직, 사회, 국가에 해군지마(害群之馬)는 없는가! 불공정 인사는 없는가! 그리고 나는 해군지마인가 '익군지마(益群之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