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노벨 평화상 후보자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그는 바로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인 밥 겔도프다. 록그룹 '붐타운 레츠'의 리더인 가수였다. 1985년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위한 범세계적인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기획해 '음악계의 성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당시 미국의 가수들은 'USA for AFRICA'라는 모임을 결성해 '위아 더 월드'라는 노래를 부르며 밥 겔도프의 뜻에 동참했다. 그해 밥 겔도프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후보에 올랐다. 이번 노벨 문학상에 미국의 포크록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된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주로 정통 문학계에서 내놓는 비판이다. 이 비판은 보수적 예술계의 심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문학계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 이런 아집이 횡행했다. 자신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일체의 집단에 대한 거부감을 거두지 않았다. 이건 우리 예술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에게 상을 주면서 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고루하기 짝이 없는 문학계의 고정관념에 주먹감자를 날린 셈이다. 전세계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밥 딜런의 문학상 수상에 대해 갑론을박할 때 일본의 언론들은 '문학 해석의 틀을 넓혔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자국의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탈락에도 불구하고 내놓은 일본 언론의 평가는 일본이 예술에 얼마나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이제 우리도 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학이나 예술의 외연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세기 동안 우리는 틀 속의 완전체에 대한 집착에 몰두했다. 그런 까닭에 울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경계를 지키는데 몰두했고 수용자들은 보수적 교육에 익숙해져 있었다.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메시지를 던진다. 갇혀 있는 사고와 매너리즘에 함몰된 사회구조를 바꿀 때가 온 것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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