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2지진과 태풍 '차바'로 경주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경주를 노천박물관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경주 곳곳에 국보와 유적이 산재되어 있어 어느 고장의 가을보다 경주는 더 아름답다. 이런 경주에 수학여행단 및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사람들이 경주를 잊을까 두렵기도 하다. 군과 경찰, 공무원들이 복구에 힘쓰고 있으나 예산집행도 인력지원도 기와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경주에 온 자원봉사들은 지쳐가고 있다. 그런데 경주시는 시민들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 9억여 원을 들여 시민체육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들은 이미 일부가 집행되어 취소하기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며 대학교 운동장에서 시민체육대회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시민운동장을 놔두고 왜 대학교 운동장을 빌려 행사를 여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운동장 스텐트에 균열이 생기면서 시민들이 올라가면 무너질 수도 있어 장소를 어쩔 수 없이 대학교 운동장으로 변경해 시민체육대회를 강행한다 답변했다. 또 대학교 운동장은 시민운동장과는 달리 장소가 협소해 각 읍·면·동 체육회 임원들과 선수만 참가하기로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했다. 경주시와 경주시 체육회는 지진과 태풍으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 체육대회를 취소하지 않고 대회를 강행한다고 말하고는 뒤에서는 임원과 선수만 참석해 그들만의 리그를 벌리겠다는 뜻이 무엇인가? 이런 발상이 체육회 관계자들의 머리에서 나왔나 아니면 경주시를 대표하는 시장님의 지시인가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말해 주지 않는 경주시가 원망스럽다. 경주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경주시가 시민체육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강행하고 있는 것은 이미 체육대회를 연다고 예산을 다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읍·면·동에서 선수들의 체육복과 참가비, 응원 준비물로 비용을 모두 소진해 지금 대회를 취소해도 읍·면·동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예산이 얼마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돌려받을 예산이 없어도 준비한 체육복과 준비물은 지진과 태풍 피해를 어느 정도 복구하고 나서 그때 하면 시민들 화합도 위로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진 피해로 지붕이 무너진 황남동의 한 가구는 피해복구비로 받은 100만 원으로는 지붕을 고칠 엄두도 못내 비가 새는 천장 아래 양동이를 가져다 놓고 시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