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에 '의견'을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송민순 회고록'은 엄청난 충격과 전율을 느끼게 한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한 회의에서 북에 물어보자고 제안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재정 전 통일부장관,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회의 참석인사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정권에서 외교 분야의 수장을 맡았던 송 전 장관이 기록을 근거로 이같은 내용을 작성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10년이 다 된 일이라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북에 물어보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기억이 없다"는 등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측근 의원들은 기권 결정후 북한에 통보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여당의 비판과 공격에 추미애 더민주당대표는 "날아가는 방귀잡고 시비한다"고 하찮은 '색깔론' 처럼 치부하고 비꼬았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정권 시절 선거 때만 되면 북한정세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야당의 '안보관'에 색깔론을 덧씌워 유리한 국면을 조작했던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당시 정권의 핵심 당사자가 사실에 근거한 회고 내용임을 확인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무책임한 답변과 단순한 정치적 공세 수준으로 치부하는 것은 국민을 경악케 한다. '북한에 물어보고'우리 정부의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친북(親北)을 넘어선 종북(從北)속성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나 당의 정책이 북한과 관계없이 독자적 결정방식으로 이루어졌더라도 북한정책과 일치하거나 유사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이번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특히 국민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고 중대하게 여기는 것은 과거정권에서 일과성으로 끝난 사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친노세력이 주류를 이루는 더민주당이 현재 원내 제1당의 위상을 가지고 있고 이 문제의 핵심당사자인 문 전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야당측 최고의 유력주자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대북문제에 영향력이 큰 까닭이다. 만약 회고록에서 처럼 문 전대표가 화급한 현안문제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사드배치 등에 북한의 뜻을 물어 공약이나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 것은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 중대 범죄행위(犯罪行爲)가 될 것이다. 그래서 문 전 대표는 노정권이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찬반표결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북한에 물어봤다면 법적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대통령 출마의사는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북한에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을 증거를 가지고 확인할 수 있다면 그만이겠으나 문제의 핵심을 피한 동문서답을 하거나 기억이 없다는 등의 불분명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이 또한 대통령후보로는 '적격(適格)'이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야당은 우병우 수석문제,최순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물타기하기 위해 색깔론으로 덮어버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청와대와 관련된 비리의혹을 풀어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김정은 집단이다. 국가현안 가운데 안보보다 더 우선되는 문제는 없다. 제1야당 대표가 북한과 종속적 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혐의를 '날아가는 방귀'로 비유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문 전 대표는 물론 더민주당은 이같은 '안보의식(安保意識)' 으로 집권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