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이순원 소설가,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문인수 시인이 선정됐다.15일 동리목월기념사업회(회장 최병섭)는 장편소설 '삿포르의 여인'을 발표한 이순원 소설가와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를 펴낸 문인수 시인을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경상북도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주) 주최, 동리목월문학상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경주에서 시상이 열리고 있는 동리·목월문학상은 한국 문단의 양대 산맥을 이룬 김동리, 박목월 선생의 뜻을 기리고 유능한 문학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로 동리문학상은 19회, 목월문학상은 9회째를 맞았다. 2008년 기존에 있던 2개의 김동리 문학상을 흡수해 동리문학상으로 통합하고, 목월문학상을 신설해 ‘동리·목월문학상’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의 시상금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기업 활동에 공감해 시상금 1억 4천만원(시, 소설 각 7천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문학상 가운데 최대 액수이다.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작은 등단 10년 이상의 시인과 소설가를 대상으로 2014년 6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출간된 단행본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지난 9월1일부터 11월8일까지 작품들의 본심 심사가 진했됐으며 동리 문학상 심사는 복거일(심사위원장), 김종회, 이태동, 전영태, 최수철 씨가 맡았고, 목월 문학상은 문효치(심사위원장), 김기택, 오세영, 유성호, 최동호 씨가 심사했다.동리·목월문학상의 시상식은 오는 12월 2일 오후6시 경주 보문단지 The-K 경주호텔에서 열린다.장성재 기자 *아래는 동리문학상 수상자 이순원 소설가와 목월문학상 수상자 문인수 시인의 수상소감.동리문학상 수상 소감"내 글에 몸을 바치는 나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것이다."이순원 소설가지금 제 책상 위에는 빨간 마가목 열매를 담은 작은 통이 놓여 있습니다. 지난해 어느 문예지에 '삿포로의 여인'을 연재하는 내내 제 책상을 지켰고, 지금도 여전히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몇 해 전 가을 삿포로로 여행 갔다가 그곳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마가목 나무를 보고, 제 젊은 시절 대관령에서 보았던 마가목 나무를 떠올렸고, 바로 이 소설을 쓸 생각을 했습니다.두 모녀의 이야기로 엄마는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 삿포로에서 태어나 한국의 스키선수를 따라 대관령에 와서 삽니다. 그들 사이에서 난 딸은 열일곱 살 때 사랑하는 가족과 또 마음 깊이 의지한 첫사랑과 헤어져 삿포로에 가서 삽니다. 두 곳 다 눈의 고장이고, 눈 위에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마가목의 고장입니다. 저 나무만 있다면 대관령이든 삿포로든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그 여행길에 받았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던 날 대관령을 넘어 강릉에 가 있었습니다. 대관령과 강릉, 제게는 너무도 크나큰 문학의 요람이며 보금자리입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대관령을 넘어 다시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오며 버스 안에서 대관령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에게 다시 제 글에 대한 약속을 했습니다. 처음 작가가 되었을 때 다졌던 각오 그대로 내가 쓴 글에 몸을 바치는 저 나무들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저 나무들에게 다시 하였습니다.그 무엇보다 한국 현대문학의 큰 산과도 같은 동리 선생님의 이름으로 받는 상이어서 더욱 기쁘고 어깨가 무겁습니다. 집에 돌아와 '사반의 십자가'를 읽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가장 처음 읽은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여전히 제게는 산과도 같은 이름이고 산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선생님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약력1957년 강릉에서 태어나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가 당선되고 1988년 '낮달'로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 1996년 '수색 어머니 가슴 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 1997년 '은비령'으로 제 42회 현대문학상, 2000년 '아비의 잠'으로 제1회 이효석문학상, '그대 정동진으로 가면'으로 제 7회 한무숙문학상, 2006년 '애들아 단오가자'로 제1회 허균작가문학상, '푸른모래의 시간'으로 제1회 남촌문학상, 2016년 '나무'로 제 5회 녹색문학상 수상. 창작집으로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등이 있고, 장편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첫사랑', '그대 정동진에 가면', '순수', '19세', '나무', '워낭', '삿포로의 여인' 등이 있다. 목월문학상 수상 소감"달무리, 저 둥근 달북 소리"문인수 시인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들 오셔서 축하해주시니,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 상이란 아시다시피 칭찬이어서 이 나이(72)에도 이렇듯 희죽 희죽 참 좋습니다. 그런데요, 이 상을 저보다 훨씬 더 반겨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짐작하시는 바와 같이 바로 저기 앉아있는 저의 가족, 전정숙 입니다.저는 1985년 1월, 시전문 계간지 심상(心象)으로 나이 40에 문단 말석에나마 끼여 앉게 되었지요. 소위 늦깎이 등단을 한겁니다. ‘심상’은 잘 아시다시피 ‘목월 선생님’이 창간한 문예지여서 지금 꼭 친정 온 듯한 그런 친근감이 있습니다. 늦깎이라고 했습니다만, 80년대 초, 그 무렵부터 이미 소위 문단엔 ‘늦깎이’ 사태가 시작된 거라고 들었습니다.그러나 저는 다행히 저의 그런 늦깎이 처지를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제게도 어언 문단경력 30년이 쌓였습니다. 그러니까요, 30년 동안 꾸벅꾸벅 시만 써온 셈입니다. 그리하여 지금 제겐 10권의 시집과 동시집 1권, 시조시집 1권 등 총 12권의 시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그만 됐다” 싶습니다만, 글쎄요, 어떻게 들리실지...‘동리목월’이란 이름엔 어느 시골마을의 달밤이 있습니다. 동구 밖엔 천년 노거수 느티나무가 있고요, 지금 막 그 느티나무가 낳은 만월이 있어서요, 아 참으로 둥근 ‘달북 소리’가 나는 겁니다.약력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신인상’으로 데뷔, 제8대 대구시인협회장 역임(2006~2007).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시와시학작품상, 편운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미당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2009년 1월엔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올해(2008)의 시’에 시집 '배꼽(창비)'이 선정된 바 있다.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등 7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