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佛家)에서는 중생이 반드시 겪어야하는 네 가지 고통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가리킨다. 육신의 고통도 견디기 어려운데, 마음과 정신적인 아픔과 괴로움도 상당한 고난이다. 의학자의 견해로 현대병이라 불리는 '우울증'을 마음의 '결핵'이라 하고, 마음의 감기라는 '조울증' 또한 무서운 병이라 한다. 흔히 쉽게 말하는 우울증은 정신병의 하나로 심신이 모두 침울하여 무능감, 번민, 염세, 자살 등을 나타낸다. 여기에 버금가는 조울증도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와 우울하고 억제된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소중한 생명들이 허무하게 쓰러지는 '자살'은 그 후유증이다. 생명의 귀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이 있지만 스스로 이 세상과 작별하는 사람들의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가 된다고 한다. 인구도 줄고 있는 현실에 자살자 수가 여전하니 너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 해마다 평균 1만 4천이 목숨을 끊는다. 자살을 줄이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자살의 주원인인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다. 마음의 결핵이나 감기처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을 먼저 없애야한다. 누구나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약물치료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만, 흔하게 오는 질환이라 생각하며 환경과 형편이 좋아지면 저절로 낫는 병이라 소홀히 여긴다. 그러다보니 우울증이 악화되는데도 병원에 가길 꺼려한다.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은 우울증은 자신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종의 '호르몬 결핍증'이라 한다. 따라서 부족해진 세로토닌을 약으로 보충하면 대개 가벼운 우울증은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결핵이라 하는 이유는, 우울증과 결핵은 치료과정이나 결과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조울증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짜증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은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힘들고 어려운 상태에서 귀찮고 성가심을 당하는 일종의 고통이다. 문호 톨스토이는 "인간의 괴로움은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람이 발전하여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라 했지만 모두가 인내하며 넘겨왔다. 성서에도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했다. 시인 괴테는 "괴로움이 남기고 간 것을 음미하라. 고난도 지나쳐 버리면 달다"고 설파했다. 걱정과 근심, 그리고 역경과 슬픔이 한사람에게 국한된 것은 절대 아니다. 옛말에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전해왔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있다. 심리적인 것으로 대범한 용기와 군중심리를 탈피하거나 두터운 신앙심에서 찾는 것이다. 괴로움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운명과 싸우며 견디는 것, 나쁜 유혹을 물리치기 위하여, 올바른 것을 지키기 위한 것 등이 있지만 이러한 괴로움은 신체에 양식이 필요하듯, 우리의 정신의 양식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괴로움이며 자기 숙명에 대한 의식이다. 그 결과 모든 공포, 죽음의 공포까지 거기에서 생겨난다. 괴로움은 질병의 자식이며, 성숙한 인간은 이미 그것을 겪은 자로 인간특권의 소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