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정치적 처리가 막판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12월2일이나 9일에 야당과 비박 여당권의 국회단핵 결정에 합의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막아섰던 친박 중진들이 하야(下野)를 건의키로 한 것이다.  29일에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직 임기단축 포함한 진퇴문제 국회결정에 맡기겠다. 정치권 일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 일단 모든 정치권이 대통령 퇴진에 뜻을 모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하야든,탄핵이든 아직은 속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이 대통령의 임기중단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따른 정치적 처리의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같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질서있는 퇴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퇴진과 함께 예상되는 여러 정치현안의 합리적에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선 다음 대통령 선거를 어느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그것을 현행 헌법과 선거법에 따라 할 것인지, 아니면 개헌을 한 다음 대선을 치룰 것 인지, 개헌을 한다면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할 것인지 등의 문제다. 아직 '탄핵이냐, 하야냐' 하는 문제에도 확실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정치권이 개헌문제 등에서는 대권주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탄핵의 찬반과 개헌내용 등이 맞물려 정치세력의 이합집산(離合集散)으로 정치지형이 크게 재편될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어 대권예비주자와 정치세력간에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같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민들이 한가지 분명하게 확인한 것은 국민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보다 훨씬 성숙하고 높은 품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이 밝혀내지 못한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민간언론'에서 실체를 파헤쳤고, 대통령 퇴진운동도 무려 190만명의 시위군중들이 모인 집회가 열렸지만 질서있는 평화적 의사표현으로 세계가 놀랄 정도였다.  추악한 국정농단사태를 폄하하고 비아냥대던 외국언론들도 국민들의 이같은 격조 높은 항의집회를 보고 한국이란 나라를 선진사회로 새롭게 평가하게 된 것은 우리의 자부심을 되찾게 한 것이었다. 그 바탕에는 국민들이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을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이상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투표로 선택해서 국정을 맡길 수 밖에 없고, 국민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격조높은 집회시위도 쓸모 없는 노력이 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격렬한 위기상황에서 경거망동하는 정치인과 당리당략에만 매달리는 정당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제2,제3의 국정농단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탄핵정국에서 가장 긴급한 것은 국정안정의 출구(出口)를 찾는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개인적 권력욕과 당리당략으로 막말과 증오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어 매우 불길하다. 당면하고 있는 국내외의 위기상황을 보면 다음 정권에선 국정농단 방지 못잖게 중요한 것이 '국가통합'과 '국민화합'이다. 국정농단은 권력의 감시기능만 치밀하게 제도화하고 제도를 작동할 수만 있게 한다면 방지가 가능하겠지만 국가통합과 국민화합은 정치세력간의 증오를 없애지 못한다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최근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적과 내통'운운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나 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새누리당과 당시 당대표를 싸잡아 '부역자 정당', '부역자 집단' 등으로 지칭한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증오의 표출이다. 증오정치의 종말는 우리 모두의 공멸임을 정치인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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