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오자 집안은 '생강' 냄새로 가득하다. 알싸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니 잊고 있던 '율곡'이 떠오른다.  일찍이 율곡은 제자에게 생강을 권하였다. 생강은 맵고 아린 독특한 맛을 지녔지만 어떤 음식에서도 배척당하는 법이 없으며 오히려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하였다. 또한 생강, 그 자체의 맛도 잃지 않는다하여 생강을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전형적인 선비의 기상이 있다고 하였다.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라는 말은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구절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고 동이불화(同而不和)는 중심도 원칙도 없지만 남들과 같이 화목하게도 지내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즉,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소인은 원칙도 없고 남과도 화목하게 지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송나라 문학가 소동파의 '동파잡기'에 보면 소동파가 항주 태수로 부임하여 80세 된 늙은 노파를 만났다다 한다. 그 노파의 얼굴은 홍안이었고 눈에서는 광채가 나서 이상히 여겨 물어보니 그는 "저는 생강을 40년 동안 복용하였을 뿐입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소동파는 그때부터 평생 생강을 곁에 두고 찬에 넣어 먹고, 달여 먹고, 약과 탕에 넣어 먹곤 했으며 손님이 와도 내놓는 것이 바로 생강차였다 한다. 또한 공자도 험난한 천하 유람기간에 생강 먹기를 거두지 않았다 하니 옛 선현들의 생강 사랑은 대단했다고 하겠다.  한약 처방 중에서도 처방 외에 강삼조이(薑三棗二: 생강 3조각 대추 2개)를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생강의 매운 맛과 따뜻한 성질이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약의 독성 또한 해독시키며 약기운이 온몸에 퍼질 수 있도록 돕는다.  대추를 통해 생강의 뜨거운 성질을 완화시키고 또 대추를 많이 먹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소화불량을 생강이 견제해줄 수 있기 때문에 생강과 대추는 좋은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 생강은 몸의 냉증을 없애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기록되어 있다. 옛 선현들의 사랑을 받았던 생강은 음식의 향신료이면서 실제로 엄청난 효능을 가진 한약재이기도 하다. 우선, 생강에 들어있는 '진저롤'이라는 성분은 맵고 싸한 맛을 내는데 이는 체내의 지질 농도를 저하시키는 데 도움을 주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줄여 동맥경화, 뇌경색 등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항균, 항암 효과 등의 약리 효능이 보고되고 있으며, 편두통, 구토 등을 줄이는데도 역할을 한다.  그리고 '쇼가올'이라는 성분은 역시 생강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이다. 이는 활성산소를 제거라는 황산화 효과가 우수하고 활성산소에 의한 유전자 손상을 차단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위액 분비를 증가 시켜 소화 작용을 촉진시키며,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면역체계를 진정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자가 면역 질환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관절염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겠다.  생강은 이렇듯 향신료이면서 약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생강을 '우리 집 동의보감'이라고 또 누구는 '먹는 난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제각각 김장하는 아낙네 곁에 생강이 놓여있다. 그 곁에 나는 과연 '화이부동'한지, 생각해보는 겨울의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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