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불화의 보수적인 형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경북 고령의 '관음사 칠성도'를 비롯한 문화재 5건이 29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고령 관음사 칠성도,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천로역정(합질), 조선요리제법을 등록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등록문화재 제684호 '고령 관음사 칠성도'는 화기를 통해 1892년이라는 정확한 제작시기, 전기(典琪) 등의 제작자, 그리고 증명(證明)·송주(誦呪)·지전(知殿)·시주(施主) 등 제작체계와 후원자를 알 수 있어 이 시기 불화 연구에 있어 기준자료가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인물의 얼굴과 옷 주름 등에 명암법을 도입해 입체적 생동감이 느껴지며, 주존(主尊)과 권속(眷屬) 간의 격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전통불화의 보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주존과 권속들을 대등하게 등장시킨 파격적인 시도와 병풍을 배경으로 마치 단체 사진 찍듯 존상들을 배치한 구도와 형식은 개화기 전후 근대기 작가의 새로운 창작의지가 곁들여진 불화로 문화재로 등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등록문화재 제682호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은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로 시복(諡福)된 윤지충과 권상연이 선교활동을 하다 1791년 순교한 사건인 진산사건 일명 '신해박해(辛亥迫害)'의 발상지가 된 곳이다. 이후 교우촌을 형성하고 지역의 천주교 중심지 역할을 했던 진산면에 1927년 건축된 소규모 성당으로, 종교적 역사성이 있다. 또한, 절충식 한옥성당으로 기존 등록 사례와 차별되는 건축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내부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보존·관리상태도 양호해 등록문화재로 등록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 교수였던 방신영(1890~1977)이 1917년 저술한 등록문화재 제686호 '조선요리제법'은 구전으로 이어지던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제조법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요리서이다. 재료의 분량을 계량화해 소개하는 등 조리과학의 발전과 대중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판본이기 때문에 조선을 지나서 근대기 조리법의 변화를 알게 해주는 사료적 가치도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번에 경기도청사 구관, 경기도지사 구 관사, 서울 딜쿠샤,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석고상) 4건에 대해서도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등록 예고된 4건은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 중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장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