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장성재 기자] 최근 문화재 제자리 찾기로 논란이 일고 있는 '청와대 석불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과 매우 흡사한 쌍둥이 불상이 '경주 남산 약수계'에 존재한다는 학설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임영애 서울시 문화재 위원(경주대 고교인류미술사학과)등이 보고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 석불좌상 조사 의견서 일부에는 통일신라 9세기에 제작된 '청와대 석불좌상'과 '경주 남산 약수계의 석불좌상'은 쌍둥이처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임 위원 등이 작성한 조사의견서에는 경주 남산 약수계 석불좌상은 현재 머리를 잃었지만 청와대 석불좌상과 비교해 볼 때 불신, 대좌가 같은 조각가에 의해 제작된 것처럼 거의 같다고 했다. 특히 청와대 불상의 특징인 왼팔과 왼 무릎 위의 긴 물방울 모양의 옷주름, 사각형 대좌, 상대의 연꽃 문양, 중대의 사면에 갑옷을 입고 손에 긴 칼을 쥔 신장상에 이르기까지 흡사하다고 했다. 다만 약수계의 상의 크기가 청와대 불상보다 전체적으로 약간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미남석불'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석불좌상은 현재 청와대 관저 뒤쪽 녹지원의 보호각안에 봉안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무렵 경주에서 서울로 옮겨졌다. 남아있는 기록만으로는 원봉안처가 경주 남산인지, 경주 도지동의 이거사지인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일제강점기에 경주에서 서울로 옮겨졌다는 부분은 확실하다. 불상은 광배를 잃었고, 대좌는 상대만 남아있다. 이를 제외하고는 불신은 손상된 곳이 거의 없이 잘 남아있다. 특히 석불에서 가장 잘 깨어지는 부분이 코, 귀볼, 손가락 끝인데, 이 상은 코끝과 양쪽 귀볼, 왼손 검지 끝이 약간 손상된 것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상태이다. 얼굴은 눈동자뿐만 아니라 코와 입모양이 그대로 살아있어 통일기 신라 불상 가운데 귀중한 예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조사 과정에서는 찾지 못한 불상의 중대가 국립춘천박물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청와대 석불좌상과 남산 약수계 석불좌상의 가장 큰 공통점이자 특징은 상·중·하대가 모두 사각으로 이뤄진 ‘삼단사각대좌’라는 점이다. 삼단사각대좌는 사각형 하대(下臺)와 중대(中臺) 그리고 상대(上臺)로 구성된 대좌를 지칭한다. 임 위원은 "삼단사각대좌의 시작은 통일신라 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흥미롭게도 삼단사각대좌를 지난 불좌상 가운데 양식적으로 가장 이른 예는 경주 남산에 남아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남산 약수계 석불좌상과 용장계사지 약사불좌상, 양지암곡의 석불좌상 등 경주 남산에만 3구가 있고, 대좌만 남아있는 경우도 국립경주박물관을 비롯해 그 예가 적지 않다"고 했다.임 위원은 "청와대 석불좌상의 하대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경주 남산 약수계 석불좌상을 참고하면 청와대 석불좌상의 하대를 복원할 수 있다"면서 "국립춘천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중대까지 합쳐 과거의 완성된 형태로 되돌리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한편 앞서 경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3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석불좌상을 고향 경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석불좌상을 경주박물관으로 옮겨 원형을 복구하고, 재평가를 거쳐 국보급 국가 지정을 받아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