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은 그 어떤 해보다 2017년 한 해가 가장 치욕적인 해로 기억될 정도로 메가톤급에 달하는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기관에선 최초로 간부급 직원들이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수년간 성희롱·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바른 기업'이라고 인식해왔던 대구·경북 지역민들과의 신뢰를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지난 7월 4일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수개월전부터 파견직으로 근무해왔던 A씨는 부서 며칠 전 부서회직 중 상급자인 B부부장과 C차장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들 직원들은 근무 시간 중에도 A씨를 수시로 불러내 입맞춤을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 이 사실을 눈치챈 본사 감사팀이 내사에 착수하자 B부부장은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적반하장의 모습도 보였다. 비정규직으로 은행에 입사한 D씨도 수개월 전 대구의 한 주점에서 회식을 하던 중 다른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E차장으로부터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 이후 E차장은 D씨에게 은밀한 사이로 지내자며 지속적인 만남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또다른 피해 여직원 F씨는 상관으로부터 모텔까지 끌려갔다 가까스로 도망치기까지 했다. G과장이 회식 후 집에 데려주겠다며 강제로 택시에 태워 모텔로 끌고갔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까스로 도망친 것이다. 이후에도 G과장은 회식 때마다 F씨를 옆에 앉힌 뒤 강제로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대구은행은 피해 여직원들과 가해 간부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등을 조사해 1명을 파면하고 2명은 정직 3~6개월에 징계 기간 중 재택근무, 나머지 1명은 6개월동안 정상급여의 35%만 주는 감봉과 대기발령을 중징계했다. 이후 박 행장이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50주년을 맞은 대구은행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향토 지역 대표 은행에 배신감이 느껴진다며 시·도민들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 설치, 성희롱 관련 실태조사, 단체 성희롱 방지교육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이라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역공을 맞았다. 박 행장의 30억원대의 비자금 의혹 조성도 세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판매소에서 5%를 제하고 현금화하는 이른바'상품권깡'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 중 일부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행장 외 간부급 17명의 직원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파악한 상품권 규모는 33억원 가량이고 박 행장 등이 조성한 비자금은 31억원을 웃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행장은 10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대구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조사과정에서 박 행장은 상품권을 현금화하면서 거짓 견적서 등을 작성한 사실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행장은 관행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했을 뿐이라며 해당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은행 관련 업무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 행장을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한편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박 행장 해임 및 금감원 감독 촉구를 위한 시민행동에 나섰다. 지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