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업계가 고유가·고환율 여파에 벼랑 끝으로 내 몰리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수요위축까지 겹쳐 자칫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주에 본사를 두고 국내 첫 저가항공사로 출발한 한성항공은 고유가와 고환율 등의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급여, 공항사용료 등을 제때 지급치 못해 운항 중단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국토해양부가 정희수 의원(한나라당, 경북 영천)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한성항공은 지난 2006년 5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270여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한성항공은 청주-제주,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하면서 청주공항, 제주공항, 김포공항 등에 내야 할 사무실 임대료, 착륙료, 여객 이용료 등 9억7000여만 원을 연체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달 초 한성항공의 일부 통장을 가압류 했으며, 17일까지 연체된 임대료 등을 납부하지 않으면 자금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항성항공은 최근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지상조업 서비스 업체 등에 지급해야 할 대금 일부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성항공측은 “최근 다소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펀딩 등이 이뤄지면 자금사정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며 일부에서 알려진 운항중단설을 부인했다.
다른 저가항공사도 사정은 여의치 못하다.
저가항공업계는 대한·아시아나항공 사이의 틈새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유가·고환율·수요위축 등 ‘삼중고’를 맞고 있다. 게다가 저가항공사가 난립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외에 올 들어 진에어와 영남에어가 출범했고 아시아나항공이 출자한 에어부산이 이달 중 운항을 개시하며 연말까지는 이스타, 코스타항공 등도 가세한다.
지난 7월 운항을 개시한 진에어와 영남에어의 탑승률은 각각 45%, 4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0억 원이 출자된 제주항공이 3년째 계속된 적자로 인해 240억 원이나 자본이 잠식됐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올해 4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영남항공도 운항 두 달여 만인 지난달 말까지 한국공항공사 측에 2억3000여만 원 정도의 공항사용료를 미납하는 등 자금난에 봉착해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저가항공사들의 어려움은 최근 국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여행을 자제하는 이유도 있다”며 “한마디로 고유가와 고환율이 채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저가항공업계에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제살깎아먹기식 구조도 큰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