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319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을 풀었다. 그러나 금융기관과 기업의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끊임없이 외화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얌체 같은' 은행들이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시중의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가계는 "돈이 없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이후 총 55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기로 발표했다. 이 중 현재까지 319억 달러가 공급됐다. 3일 기재부와 한은에 따르면 11월말 현재까지 공급된 외화유동성 규모는 319억 달러(집행률 58%)로 10월에 177억 달러, 11월에는 142억 달러를 공급했다. 당초 기재부와 한은은 10월 이후 수출입금융지원을 통해 210억 달러, 시중 외화유동성 공급을 통해 340억 달러 등 모두 55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재정부 지난 10월 수출환어음 재할인 방식(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들이 무역어음할인을 가져오면 그 금액만큼 공급하는 방식)으로 50억 달러를, 11월에는 수출입금융지원을 통해 6억 달러를 지원했다. 또 앞으로 54억 달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0월 스와프시장을 통해 100억 달러를 공급했고 지난달에는 경쟁입찰방식 대출로 61억을 사용했다. 한은은 경쟁입찰방식 스와프거래방식으로 10월과 11월에 각각 27억 달러, 75억 달러 등 총 102억 달러를 지원했다. 12월부터는 수출환어음 담보대출을 통해 100억 달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같이 정부와 한은이 고강도 대책으로 유동성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중소 건설업체 대한 대출은 사실상 끊긴 상황이고 가계부문 역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아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는 은행이나 금융권에 대출을 많이 풀라고 얘기하는데 은행들이 BIS 비율을 맞추려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대출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며 "대출을 문의하고자 하면 '대출한도 소진됐다'는 답이 돌아온다. 일부 메이저급 대형기업을 제외하고는 신규대출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광의통화(M2)는 1396조 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14.5% 증가해 지난 5~6월의 15%대의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에도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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