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는 마이너스 실적을 면치 못했으며 이에 따른 하청업체들의 줄도산도 예고되고 있다. 생활전반에서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짠돌이 전쟁 시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사업을 비롯한 일부업계에서는 불황을 빗겨 나가기도 했으며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업계전반이 휘청거렸음에도 특정 기업들은 보기 좋은 실적을 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불황에도 선전하는 업계, 선전하는 기업들의 비결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과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불황의 한파가 불고 있지만 교육과 가구산업의 경우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과 가구업계는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과 아무리 어려워도 결혼을 하면 신혼살림을 장만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 경제난에도 줄일 수 없는 ‘자녀교육’ 특히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들의 교육에 있어서는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기업은 불황을 빗겨가는 가장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사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전체 규모가 20조4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03년 10조7000억 원에 비해 190% 증가한 것이다. 학년별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고등시장이 4조2181억 원, 중등시장이 5조6120억 원, 초등시장이 10조2098억 원으로 초등시장이 가장 높다. 초등학생일 때 학습습관을 기르기 위해 학습지를 대부분 이용하고 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과 개인과외로 옮기거나 사교육을 그만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사교육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초등시장을 살펴보면 현재 학습지를 위주로 하는 교육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9134억 원의 ‘교원그룹’과 6902억 원의 ‘웅진씽크빅’이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 앞서 겪은 불황에 가구업계 꿋꿋 우리나라 가구업계의 경우 브랜드화되지 않은 업체가 70% 가량 차지하고 있어 브랜드 업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확한 가구업계의 매출이나 시장규모의 산출은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인 시장규모는 4~5조 원대로 추정된다. 종류에 따라서는 일반가구가 2조4000억 원(침실, 거실, 자녀방 등), 부엌가구가 1조5000억 원(시판, 특판), 사무용가구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한샘과 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보루네오 등 5대 브랜드사의 매출이 1조4000억 원(2007년 기준)으로 20~30% 수준이며 기타 중소브랜드까지 합한 매출은 2조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산업의 경우 타 업종과 달리 2003년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세 강화 등으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불황을 미리 경험한 탓에 이번 위기를 무난히 넘기고 있다. 가구업계는 부동산경기와 함께 침체기로 접어들어 4~5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06년 쌍춘년, 2007년 황금돼지해 등의 호재와 뉴타운 개발 등의 신규입주 등이 맞물려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 4~5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브랜드화된 상위 5개 업체들은 적자폭을 줄여나갔으며 지난해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4~5년의 어려움을 버텨오면서 길러온 각사의 마케팅 전략과 경쟁력이 확보된 상태”라며 “이를 통해 원자재 난과 환율상승 등의 국제적인 어려움이 산재한 최근에 타 업계와는 달리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1등을 놓치지 않는 기업들 교육과 가구산업처럼 불황에도 불구하고 업계 자체가 이를 무난히 극복하고 있는 산업이 있는가하면 불황의 직격탄으로 산업자체가 고사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호항을 누리는 업체들도 있다. 또한 불황을 피해간 업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가구(브랜드)업계에서는 한샘이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한샘은 올해도 10월까지 누계 매출이 3751억3000만 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47억1000만 원보다 4.5%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47억8000만 원으로 지난해 119억5000만 원에 비해 107.4%나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핵심적인 경쟁력을 가진 부엌가구 부분과 인테리어 가구부분에서 높은 성과가 나타냈으며 비용부분에서 인원 효율 개선과 판관비 개선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이뤄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샘의 경우 건설사 판매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여느 가구업체들과는 달리 소비자판매인 시판부분에 주력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샘의 최양하 부사장은 “시장환경은 어렵지만 매장 대형화와 새로운 유통망의 확대를 통해 현재 10%대에 머물러 있는 시장점유율을 30%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버티칼포털(Vertical Portal·각 분야의 전문적인 포털) 사이트 정착과 인테리어업체 및 건자재업체와의 M&A, 동남아의 엘리멘트 공장 설립 등 공격적인 투자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투자확대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틈새시장과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또는 기업에게 절대적인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부동의 업계 1위, 부동의 흑자전략을 자랑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노하우다. 지난 1998년 IMF라는 불황 속에서도 총 매출액 기준 17.8% 성장, 1999년 25% 성장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교원그룹은 3만 원대의 저가형 일대일 맞춤학습이 가능한 학습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 사업다각화, R&D사업 강화 교원은 IMF시절 당시 두 달에 한번 꼴로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개발과 투자에 아낌없는 지원정책을 펼쳤다. 또한 올해에는 사업다각화를 선언하고 반년 만에 임원 3명을 영입하고 새로운 CI를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다. 웅진도 마찬가지로 불황에서 주요사업의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교육서비스 개발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5일 캠퍼스21을 인수하고 계열사로 편입시켜 e러닝 교육 사업을 확대했다. 세계불황에도 극복할 수 있는 16대 기업으로 선정된 쓰리엠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올해 유난히 어렵다는 대한민국에 연구소를 새롭게 준공했다. 기존에 있던 연구소를 이전하면서 확장한 사례이긴 하지만 다국적 기업인 쓰리엠은 한국을 아시아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거점으로 선정하고 이 같은 투자를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준공식을 위해 내한한 조지 버클리 회장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아닌 현금 유동성 부족현상 때문”이라며 "생존모드로 돌입해 현금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불황에도 우리가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어려움뿐 아니라 기회”라며 “언젠가는 미래가 올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기회를 잡기위한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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