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함께 도입을 추진 중인 ‘직할(直割)시공제’가 사실상 주·토공 통합의 본질적인 취지와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통해 자연스레 구조조정을 실시, 인력을 감축한다는 방침이지만, 직할시공제를 도입할 경우 주공의 인력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실상 주공의 구조조정과 직할시공제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방안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신영수 의원(한나라당, 성남 수정구) 등이 지난 10월 30일 발의한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에 한해 주공 및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사 등이 직접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직할시공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와 여당은 이번 법안과 관련해 공청회 등을 통해 직할시공제 도입 방안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직할시공제는 그동안 건설산업기본법상 주공이 종합건설 업체를 거쳐 전문건설 업체로 이어지는 3단계 도급을 통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주공이 직접 전문건설 업체에 공사를 맡길 수 있도록 해 분양비와 공사비를 낮출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다.
이번 법안대로 직할시공제를 도입할 경우 국토부가 10년간 15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보금자리주택에 적용해 최대 연 평균 15만 가구를 이 제도를 통해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존에 비해 주공의 업무가 늘어나게 돼 더 많은 기술인력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건설 업체는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등 공사의 계획·관리·조정 등을 맡은 국가자격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주공에서 이들을 관리·책임져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연간 15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에 모두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구가 300개 가량이 생기고, 현 적격심사 기준을 고려하면 공구당 8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기술인력이 2000∼2500명 필요하다는 주장이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주공이 기존에 이같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인원을 더 늘리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인원을 줄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주공·토공의 통합과 관련해 지난 5월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인원이 3000명 가량인 토공의 경우 490명 가량을, 현 인원이 4000여 명인 주공은 590명 가량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직할시공제를 해당 사업에 얼마만큼 적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앞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직할시공제로 가져가느냐, 안 가져가느냐에 따라 소요인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시범사업 정도만 적용한다면 지금 주공의 인력으로 가능하지만 대대적으로 적용한다면 인력이 더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건설사와 똑같은 역할이 아니라 관리역량을 키우고 아웃소싱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정도라면 지금 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주공이 시공회사의 역할을 한다고 할 경우 인력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주공이 이같은 업무를 감당할 수 있다면, 현재 인원 자체가 비대한 조직이고 그만큼 남는 인력이 많다는 반증”이라며 “현장을 관리하는 기술자 외에도 공사가 끝난 뒤 하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보수인력 등도 더 추가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직할시공 방식은 제한적으로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인원이 느는 일은 없고, 다른 여러 발주방식도 적용할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주공의 현 정원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공의 내부 인원을 재배치해 담당하도록 하면 (인원이 늘어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