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의회마다 내년도 의정비 책정이 한창인 가운데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의정비를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행정안전부와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까지 내년도 의정비를 확정한 대부분의 자치의회가 올해보다 의정비를 삭감하거나 동결했다.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 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큰 폭으로 의정비가 인상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악화되고 있는 경제사정과 주민여론을 고려해 하향조정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의회가 내년도 의정비 삭감내지 동결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각 지자체별 의정비 기준액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지방의회, 삭감내지 동결
전국 16개 특별·광역시·도 지방의회 가운데 아직까지 의정비를 결정하지 못한 제주를 제외하고 15개 지방의회가 내년도 의정비를 결정했다.
의정비를 확정한 15개 지방의회 가운데 광주와 충남을 제외하고 의정비를 올해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인천대전울산강원전북전남경북 등 8개 지방의회는 의정비를 동결했고, 올해 가장 많은 의정비를 받은 경기를 비롯해 서울부산충북 등 4개 의회는 적게는 2.1%에서 많게는 16.3%까지 의정비를 삭감했다.
반면 광주시 의회는 올해 4231만원에서 14.7%(624만원)가 인상된 4855만원을 책정했으며, 충남도 의회도 올해 4410만원에서 18.9%(834만원)가 오른 5244만원으로 내년도 의정비를 결정했다.
경남도 의회 역시 올해 4920만원에서 4.9%(242만원) 인상된 5162만원을 의정비로 잡았다.
각 지자체별 기초의회도 광역의회와 마찬가지로 주민여론을 의식했는지 올해해보다 줄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내년도 의정비를 정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내년도 의정비를 결정한 곳 중 120여개 기초의회가 의정비를 삭감했다. 전국 246개 기초의회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치다. 또 50여개 기초의회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비난여론 불구 일부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경제 한파와 지역민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올해보다 의정비를 더 받겠다며 인상한 지방의회도 있다. 이들 의회는 하나같이 의정비를 현실화 한 것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광역 시·도 가운데 가장 의정비를 많이 올린 곳은 충남으로 올해 4410만원에서 내년 5244만원으로 18.9%(834만원)나 인상했다.
광주시도 올해 4231만원에서 14.7%(624만원) 오른 4855만원을 책정했고, 강원도 4666만원에서 4897만원으로 4.9%(231만원) 인상했다.
기초의회도 30여 곳이 내년도 의정비를 올해보다 많은 수준으로 결정했다.
대구시 기초의회 가운데 동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6개 구의회의 내년도 의정비가 올해보다 45만~330만원 오른다.
광주시 기초의회도 동구(327만원), 서구(188만원), 남구(8만원), 광산구(356만원)의회가 내년도 의정비를 인상했다.
다른 기초의회 보다 높은 의정비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경기도의 기초의회도 과천(549만원) 파주(216만원), 의왕(248만원), 군포(90만원) 등 4곳이 인상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억지로 '짜 맞추기'…기준액, 인상 합리화 수단
많은 지방의회가 내년도 의정비를 삭감 또는 동결하는 쪽으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행안부의 기준액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행안부는 과도한 의정비 인상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별 의정비 기준액을 제시하고 ±20% 이내에서 의정활동비를 결정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기준액을 상회하지만 20% 이내에서 인상을 결정했다. 내년도 의정비를 결정하지 못한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 15개 특별‧광역시도 가운데 14곳이 적게는 6.2%에서 많게는 17%까지 인상했다. 광주는 올해보다 의정비를 14.7% 인상했지만 기준액보다는 5% 낮은 수준이다.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높은 의정비를 받아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경기와 서울, 부산은 올해 의정비를 삭감했지만 여전히 기준액보다 15% 이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울산, 전북, 전남, 경북 등은 내년도 의정비를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기준액보다는 10%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의정비의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마련한 행안부의 기준액이 오히려 의정비 인상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이 경기침체와 비난여론을 의식해 의정비 인상을 고민하던 지방의회에 사실상 의정비를 인상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기준액을 마련했지만 의정비를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