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화가, 작가, MC…. 조영남(64)이 산문집 ‘예수의 샅바를 잡다’를 펴냈다. 1983,200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옷을 갈아 입은 조영남표 종교서적이다.
조영남은 80년 미국 플로리다 트리니티 침례신학교를 졸업, 목사 자격증까지 받은 신학도다. 당시 신학교를 마치고 성직자의 길을 걷지 않은 유일한 졸업생이다. 조영남은 “설교하는데 예쁜 여자가 교회에 들어오면 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목사를 하지 않았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한다.
요즘도 기독교인일까. 뜸을 들이던 조영남은 “일반적인 기독교 신앙과는 다르다”며 예스, 노 식 답변을 피했다. “엄마 아버지 쪽에서는 예수만이 우리를 구원시켜준다고 믿고 살고, 또 우리 집에서는 예수만 나를 죽은 후에 천국으로 데려 간다고 믿는데 난 그렇게 안 믿는다”는 것이다.
“예수가 천국으로 데려간다면 부처도 데려갈 것이고 공자도 데려갈 수 있을 것”이란 또 다른 믿음을 보였다. 스스로 “천국 가는 길을 넓힌 것 아닌가”라고 여기는 이유다. 신학대에서 공부한 청년 시절부터 기독교 이단아였다.
3위1체, 성령, 구원과 같은 영역들은 배제하고 ‘예수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종교 책을 집필했다. “예수란 사람은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사람보다 한 가지 문제를 집요하게 가르쳤다. 그 메시지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랑이다”는 해석이다. “내가 생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것, 그 영역 안에서 해결하려고 애썼다”면서 깊이 있는 신앙을 다루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이 책은 11월 일본 아카시 쇼텐(明石書店)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조영남이 과거 친일 발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사건이 막연히 연관된다.
조영남은 “산케인가 아사히 기자가 두 개의 잘못된 기사를 썼다. 하나는 내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고 기자 인터뷰를 했다는 완전히 잘못된 기사고, 나머지 하나는 독도 문제 처리에서 일본이 한 수 위다라고 말한 부분”이라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럴 리도 없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라도) 반어법으로 했을 거다. (독도 영유권 관련) 너희가 돈 많고 국제 재판 경력도 있고 재판에 대한 노하우가 많으니 재판으로 끌고 가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는 게 아니냐. 단수가 높은 것 같지만,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너희들은 고단수로 그 일을 처리하고 우리는 단수가 없으니 온 국민이 일어나서 봉기할 수밖에 없잖냐고 이야기했는데, 한국 언론이 ‘고단수’란 언급만 인용하면서 작살났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유 불문하고 후회한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주제 넘게 그런 얘기까지 한 거다. 그런 것 나한테 묻지 말라 정도로 했어야 하는데 내가 그때 우쭐해서 얘기한 것 같다”는 판단이다. ‘화개장터’로 동서화합에 일조하고, 화투 그림으로 연이어 성공하던 당시 “내딴에는 우쭐했었다”고 떠올렸다.
이제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속 보이는 소리 같지만 2008년이 나한테는 삶의 극상, 극치, 하이 포인트, 최상, 절정인 것 같다”며 스스로를 극찬했다.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고,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자신의 작품이 걸렸던 올해를 되돌아보며 “음악으로서는 끝났다. 미술로도 다 됐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이 일본에 번역, 소개된 것도 무척 기쁘다.
‘장롱’ 목사자격증을 언젠가 사용할 수도 있다며 믿을 수 없는 농담도 건넸다. “가수 해서 돈벌이 안 되면 목사할 거다. 내가 목사하면 구원 받고 천당 가라는 얘기 안하고, 일주일 동안 예수처럼 살았느냐, 예수 같은 생각을 했느냐, 이런 얘기하면서 교회를 끌고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