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같은 대구 출신인 이창동 감독이 2010년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래 칸 영화제에서는 9년 만이다.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가 만든 일곱 번째 영화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정상에 우뚝 섰다.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으나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사람은 한국영화사에서 봉 감독이 처음이다. 또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네치아 등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이다.
대구 출신인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그의 영화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한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매 작품 개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그가 말하는 삑사리의 미학을 담아내면서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두루 얻은 덕분이다. 그는 봉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섬세한 연출로도 정평이 나 있다. 대사나 세트는 물론 소품, 배우들의 손동작 하나에도 그 만의 철학과 의미를 담는다.별(?)스런 봉 감독의 남다른 예술적 감각과 상상력은 가족에서 비롯된 듯하다. 아버지 봉상균 씨는 미대 교수이자 디자이너 출신이다. 어머니 박소영 씨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알려진 구보 박태원의 딸이다.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이 주목받던 그는 2000년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차지하며 한국영화계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 ‘살인의 추억'이 당시 전국 525만명을 동원하면서 흥행 메이커로서도 자리 잡았다. 2006년 선보인 '괴물', 2009년 '마더', 2013년 '설국열차',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 2019년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로 그가 써가는 한국영화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봉 감독은 이에 대해 "제 영화에 장르가 뒤바뀌기도 하고 섞여 있기도 한데, 미리 설계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시나리오 쓸 때나 촬영할 때 장르를 배합한다는 것을 의식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신작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빈부의 극과 극을 사는 두 가족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다뤘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무대에서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래서 봉준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