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있는 우리들의 날이잖아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동성애자라는 것에 부끄럼 없이 제 존재를 알리고 싶습니다."지난 29일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서 열린 제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퀴어해방 THE PRIDE'란 주제로 성소수자들과 대구시민이 교류하는 장으로 펼쳐졌다.특히 이번 축제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요구했던 스톤월 항쟁이 일어난 지 꼭 50년이 되는 해로 당시 뜨거웠던 행진을 재현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스톤월 항쟁은 1969년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 경찰의 동성애자 색출·단속에 저항하며 일어난 항쟁으로, 미국 전역에 동성애자 인권 단체가 생겨나는 계기가 된 항쟁이기도 했다.본격적인 행사 시작을 알리는 부스행사 1시간 전인 오전 11시께 반월당네거리부터 중앙네거리까지 약600m 구간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인권과 자유를 원하는 성소수자들과 시민들로 가득했다.이 구간에 설치된 '프로게이유튜버 이열', '퀴어마법소녀연대' 등 50개의 부스에선 플리마켓이 차려져 성소수자들끼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또한 성소수자들에게는 익숙한 주위의 냉대와 멸시를 재현한 공연은 동성애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세계 여러나라도 대구퀴어문화축제에 힘을 보탰다.올해 처음으로 주한 벨기에 대사관을 비롯해 주한 독일·호주 대사관, 주한 영국·아일랜드 대사관도 부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가져야 할 인권의 필요성을 알렸다.이뿐만이 아니다. 대구지역 성소수자모임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를 비롯한 인권단체 등 48개 단체도 참여했고 소수정당인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도 성소수자 인권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서울과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역의 성소수자 단체들도 이번 축제에 참가해 대구 지역 성소수자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 한편, 다양한 볼거리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친구와 함께 축제를 구경 왔다는 장나경(29·여)씨는 "성소수자들이 갖는 아픔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축제여서 의미가 조금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일부 성소수자들이 조금 과격한 의상을 입고 있어 눈살을 찌프리게는 한다. 하지만 조금 건전하게 바뀌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될거라 본다"고 말했다.동성로에 놀러왔다가 축제를 보게 됐다는 한 커플은 "이번에 처음 축제를 봤는데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동성애애 대해서 딱히 편견은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이성커플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동성커플이라고 해서 다른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본격적인 무대프로그램은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전국 각 지역 성소수자 단체들은 ▲전복들 ▲오늘도 무사히 ▲홍시은 ▲서울드랙 퍼레이드 ▲퀴어연극제 ▲월하백금 등의 공연을 선보이며 성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아픔과 애환, 슬픔을 시민들에게 알렸다.공연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은 눈시울을 붉히며 성소수자들의 갖는 아픔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공연이 끝난 오후 5시께 참가자들은 임보라 목사의 축복식으로 '자긍심 퍼레이드'를 시작했다.임 목사는 축복식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자긍심을 가시화한지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은 여전이 낮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퀴어 해방이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길 축복하겠다"고 기도했다.이후 참가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자긍심 퍼레이드'를 시작했다.대형 트럭을 앞세워 중앙네거리에서 시청네거리를 거쳐 봉산육거리와 반월당네거리를 약 2.5km 돌아오는 퍼레이드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며 '동성애'의 인권을 갈망하는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닉네임이 '김동동'이라고 밝힌 남성은 "퀴어축제는 우리들이 참아왔던 눈물과 희노애락을 일반인들에게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일년에 한 번 있는 유일한 날"이라며 "나아가 언젠가는 퀴어축제를 통해 우리 또한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힐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한편 이날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와 태극기 부대의 집회도 이어졌다.이날 대한예수교장로회 대구경북CE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대구 퀴어 축제, STOP!’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애로부터 탈출하세요', '동성애는 유전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동성로 곳곳에서 물티슈와 전단지를 배포했다.일부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통제하고 있는 경찰과 마찰을 밎기도 했지만 축제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앞서 경찰은 퀴어 반대 측과 충돌을 대비해 경력 1500명을 동원하고, 전체 행진 경로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태극기 부대도 CGV 대구한일 앞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지만 퀴어축제 측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