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KTX)의 2단계 사업 구간이 콘크리트 침목 200여개에서 균열이 발견되는 등 부실공사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이같은 문제가 발견돼 지난달부터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관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사업을 시행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구간인 대구-부산 간 레일 부설공사에서 콘크리트 침목 222곳에 균열이 발견됐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7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공사로 전체적으로 65% 가량 사업이 진행됐으며, 대구-부산 간 레일 연장 254㎞(상·하행선)에 총 35만8,000여개의 침목이 기존의 자갈 대신 콘크리트로 설치된다.
이같은 레일 부설공사는 현재 15만5,000개 가량의 침목이 놓여 37% 가량 공정이 진행된 상태다.
이번 공사에 사용된 침목 설계는 독일 업체인 레일원이 했으며 침목 생산·공급은 레일원의 국내 합작사인 천원레일원이 맡고 있다. 시공은 삼표이엔씨(E&C)가 진행하고 있다.
이승호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주로 응달이 심한 산악지대의 북쪽사면에 위치한 주로 지난해 4∼5월께 부설돼 우기를 거친 일부 침목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며 “토공구간 213곳, 교량 9곳 등 약 222곳”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철도시설공단과 함께 철도기술연구원, 학계, 엔지니어링 회사 등이 참여한 전문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사업 시행자인 철도시설공단은 지난달부터 문제구간을 포함해 전 구간에 대한 전수(全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균열이 발견된 222곳을 보강하는 것은 오는 6월까지 가능하지만, 전체 구역을 살펴본 뒤 필요하면 전체 침목을 교체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관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만큼 필요하면 (전 구간 교체를)조치하도록 할 것”이라며 “전수 교체할 경우 소요기간이나 사업비는 다시 계산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이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소관부처인 국토부에조차 보고되지 않아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까지 국토부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문제에 대해 공단으로부터 미리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이날 시인했다. 이 정책관은 철도시설공단의 보고 체계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가 생기면 공단은 국토부에 보고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공단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우 보고를 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보고하는 게 당연했다고 판단되면 공단의 담당자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납품업체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 후 제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