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사형집행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 중 일부 흉악범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현재 수감 중인 59명의 사형수 가운데 극히 제한된 인원에 대해 사형을 집행키로 방침을 정하고 집행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사형폐지 국가가 된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을 전환키로 한 것은 최근 흉악범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데다 사회 전체에 탈법과 법경시 풍조가 만연해 법치주의 확립 차원에서도 사형집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12일 한나라당이 당정 정책협의를 통해 사형집행을 재개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데다 청와대가 사형집행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정협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수시로 "법질서를 강조하면서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범죄자의 인권을 얘기하면서 피해자와 가족의 참혹한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라며 김경한 법무부 장관을 압박해왔다. 법무부 내부적으로도 실·국장(검사장급) 이상 대부분의 간부들이 사형집행 재개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간부의 80% 이상이 흉악범의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형 집행의 최종 결정권자인 김경한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는 사형 집행의 대상과 시기를 놓고 면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막상 가톨릭 신자인 김 장관은 사형 집행에 대해 상당히 주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서울 목동성당의 사목회장으로 오랫동안 봉사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이와 함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사형집행을 조속히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폭으로 사형을 집행할 지가 주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집행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1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국제사회가 분류하는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가 됐다. 현재 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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