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은 3일(현지시간) 다윈의 '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창조론에 대한 가톨릭의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진화론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교황청 성서위원회 위원장 '윌리엄 레바다 추기경'은 "우리 가톨릭계는 궁극적으로 신이 모든 생물체의 창조자라고 생각하며 창조론이 나오고 그 후 진화한 것으로 믿는다"며 기존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추기경은 "가톨릭은 진화론과 같은 과학적 실재를 방해하는 입장이 아니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믿음 사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말해 진화론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금까지 바티칸은 과학의 특정 분야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동시에 생물학자들이나 리차드 다윈이 내세우는 진화론 같은 무신론적 개념을 '불합리한 이론'이라고 주장해 왔다.
다소 혼란스러웠던 진화론에 대한 바티칸의 입장은 1996년 요한 바오르 2세가 그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며 정리되는 듯 했다.
당시 요한 바오르 2세는 "다윈의 진화론은 창조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한 건전한 이론이며 다윈의 진화론은 하나의 가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뒤이어 베네딕토 16세도 "신앙과 이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는 평소 생각을 강조했다.
바티칸 신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도 진화론에 대한 가톨릭의 유화적 입장을 반영해 이번 회담을 소개하며 "다윈과 교회의 대립은 부적절하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바티칸은 창조론의 변형인 '지적 설계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티칸은 "지적 설계론을 과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진화론과 함께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지적 설계론'은 과학이나 신학적 관심사가 아닌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지적 설계론은 진화론을 반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적인 존재’가 자연을 창조했다고 본다.
이탈리아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는 과학계 인사들과 종교계 인사들이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의견을 오는 7일까지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