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불황으로 굴지의 대기업들이 고꾸라지고, 폐업하는 상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경제 암흑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종 혹은 기업들은 마치 불황을 피해가는 방탄조끼라도 입은 듯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최근 이 같은 불황의 좁은 틈새를 딛고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과 업종을 소개하고 그 비밀을 파헤쳤다. 1. 가정원예 세계 최대의 원예용품 전문업체 ‘아틀레 버피’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종자와 비료 50달러를 가정 원예에 투자하면 약 1250달러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손은 좀 가지만 자신이 먹을 야채를 직접 재배함으로써 원예 취미도 충족시키고 식비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전미 원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자신의 텃밭에 직접 채소를 가꾸겠다는 가구는 전년도에 비해 19% 증가했다. 이 같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버피의 올해 매출은 25% 증가할 전망이다. 또 다른 원예업체 '파크 시드(Seed)'도 올해 채소 종자 혹은 씨 판매 매출이 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전반적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꽃과 같이 ‘예쁘기만 한’ 품목의 매출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 영화 산업 미 최대 DVD 대여업체 넷플릭스(Netflix)의 지난해 4분기 신규 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했으며, 매출도 전년도에 비해 19% 상승했다. 한편 영화업계 통계 전문기관 ‘미디어 바이 넘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박스오피스 티켓 판매는 전년도에 비해 16.5% 상승세를 나타내 더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전년도 총 16억 달러에 달했던 극장 매출은 올해 19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이것이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즐거운 여가 생활로 영화 감상을 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3. 로맨스 소설 세계 최대의 로맨스 소설 전문 출판회사 ‘할리퀸’의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 4분기 300만 달러 증가했다. 최근 불황으로 도서 매출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로맨스와 판타지, 과학 소설 등 소위 ‘도피성 문학’만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실과 유리될 수록 잘 팔리는 최근 도서의 매출 경향은 현재의 ‘가시밭 현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의 크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 콘돔 산업 불황으로 많은 이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콘돔 매출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콘돔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6% 증가했다. 여기에는 또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를 갖기를 미루는 부부들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5. 이력서 대필 산업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이력서 대필 작가들의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86년부터 이력서 대필 사업에 뛰어들면서 3만 장 이상의 이력서를 썼다는 제리 빌스는 불황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해 겨울부터 일감이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이력서작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력서 대필 작가들의 절반 이상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고객의 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한편 이력서 대필을 요구하는 고객들 중에서 요식업, 의료, 관광업 종사자들은 늘고 있지만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수는 크게 줄었다. 이는 금융업계의 일자리 고갈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 공립대학 공립대학이 등록금이 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최근 공립인 코네티컷 주립 시스템 대학의 응시 수험생은 11% 증가할 전망이다. 오리건주립대학과 텍사스 대학의 응시 인원도 각각 12%, 6% 증가했다. 7. 초콜릿 북미 지역 최대 초콜릿 제조사인 허쉬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51.4% 상승했다. 이는 허쉬의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같은 기간 매출이 2.6% 상승한 것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유명 제과업체 캐드베리사의 연 순익도 지난해 30%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콜릿 산업의 상승세가 불황 기간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마치 불황을 측정하는 품목 중 하나로 ‘립스틱’이 자리매김한 것처럼 초콜릿 역시 불황의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는 ‘작은 사치’로, 불황의 깊이를 잴 수 있는 지표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8. 맥도날드 맥도날드의 지난달 미국 내 동일 점포 매출은 6.8% 상승했다. 평소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맥도날드가 불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 하지만 모든 저가 업체가 이 같은 반사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보다 조금 더 비싼 패스트푸드 업체 ‘아르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5% 감소했다. 피자 업체들의 타격도 컸다. 지난해 4분기 도미노의 동일 점포 매출은 3% 감소했으며 피자헛 역시 1% 매출 감소를 겪었다. 9. 구직 사이트 리서치 회사 닐슨 온라인에 따르면, 미국 내 구직 사이트 접속 빈도는 지난 1월 전년 동기에 비해 20% 상승했다. 여기에는 비단 실직자들뿐 아니라 현재 갖고 있는 일자리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더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구직구인 책자의 판매 수도 늘고 있다. 10. 가정용 커피 메이커 한때 미 전역을 뒤덮었던 스타벅스의 매출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동시에 가정용 커피 메이커들의 매출은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정용 커피 메이커 제조업체 ‘버몬츠 그린 마운틴 커피 로스터스’의 매출은 56% 증가했다. 커피 메이커와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미스터 커피’의 매출도 지난해 5% 증가했다. 호황 기간 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한 잔에 4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들이켰던 미국인들이 이제 푼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집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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