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온갖 직업이 있죠? 직업의 가지 수가 3만 개 정도 된다고 하니 별의별 직업이 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수많은 분야에서 각자 맡은 일을 했다는 얘기죠. 오늘 이야기는 '분야' 입니다. '분야(分野)'란 어떤 기준에 따라 구분한 각각의 영역이나 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들을 나눈 것'이 되는데요, 얼핏 생각하면 나누어진 들에서 각기 다른 일을 했기에 이런 말이 만들어졌지 않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사람들은 땅만 경계를 지어 나눈 게 아니라 하늘의 별자리도 구분지어 나누어 놓고 이것을 '분야(分野)'라고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는 전유형(全有亨)이 인조 때 경연에서 “편안할 적에 위태함을 잊지 않아야 되는데, 미리 준비가 있으면 걱정이 없는 법입니다. 방금 형혹성(熒惑星)이 남두(南斗)로 들어갔으니, 기성(箕星)·미성(尾星)은 연(燕)의 분야(分野)에 속했으므로 우환이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적시에 변경을 방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합니다. 별자리의 움직임이 국방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별자리 뿐 아니라 하늘도 나누어 놓았는데요, 가운데를 '中', 네 곳의 바른 곳을 '사정(四正)', 네 곳의 모퉁이를 '사우(四隅)'라 합니다. 이렇게 아홉 곳으로 구분지어 놓은 것을 '九天(구천)'이라 합니다.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들이 헤매고 다닌다는 '구천'은 '땅 속 제일 밑바닥'이라는 뜻으로 '九泉'이라 씁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