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이 장기를 기증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나서고 있다고 하죠? 오늘 이야기는 ‘기증’입니다. 우리 조상은 말을 만들 때, 그 말에 단순한 뜻만 아니라 삶의 철학도 함께 담은 것 같습니다. 기증은 한자로 ‘寄贈’이라 씁니다. ‘寄’는 ‘집(宀)’에 사람이 쓰러지는 모양의 글자 ‘奇’를 더한 글자로 ‘부칠 기’입니다. ‘기숙(寄宿)’, ‘기생(妓生)’, ‘기식(寄食)’ 등의 예처럼 ‘의지하다‘, ’맡기다‘, ’의뢰하다‘라는 뜻의 글자입니다. 배가 태풍을 피해 항구에 의지하는 것이 ’寄港(기항)‘이죠. ‘贈’은 ‘재물(貝)을 거듭 보태다’라는 뜻의 ‘더할 증’으로 ‘주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寄贈’이라 하면 단순히 내것을 내 주는 게 아니라, (내것이 아니라 내 것이 맞나요?) 내것을 내 주면서도 부탁을 하는 겸양의 미덕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기부(寄附)’, ‘기여(其餘)’, ‘기탁(寄託)’이라는 말이나,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글을 싣기 위해 원고를 내는 ‘寄稿(기고)’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운 기증이 더 많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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